정부는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도 존재한다. 바로 전자정부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정부 업무를 단순하게 사이버 공간에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구청과 시청 민원실을 직접 찾아야 하던 민원인들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민원업무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처리 결과를 휴대전화로 통보 받기도 하고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여러 부서의 민원서류를 발급 받을 수도 있다. 또 과거엔 시청에 가야만 당해연도 행정통계 책자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데이터베이스화된 과거의 통계정보까지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느 때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즉 전자정부는 물리적인 정부를 뛰어넘어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행정서비스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창의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성균관대와 미국 럿거스대가 주관하고 유엔 행정개발관리단이 후원한 ‘세계 100개국 100개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서울시가 최우수도시로 선정됐다고 한다. 2위는 홍콩, 3위는 싱가포르였다. 지난해 월드컵축구 세계 4강의 위업에 비견될 만한 쾌거로 서울시 전자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에서 최고 수준의 정보화를 이룩한 서울시와 서울시민 모두의 저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국내외에서 앞선 정보화 수준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그동안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홈페이지가 90여개에 달해 시민이 어떤 홈페이지를 찾아야 할지 혼란을 겪었고 일부 행정의 능률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1년간 홈페이지를 하나로 통합하고 콘텐츠와 서비스를 전면 정비하는 작업을 해 왔다고 한다. 이번 전자정부 최우수도시 선정은 서울시의 이런 지속적인 노력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시민의 요구 수준은 점점 높아가고 정보통신기술은 급속히 발전한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속적으로 새로운 전자정부 서비스를 발굴해내지 않으면 전자정부는 정체되고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행정의 프로세스도 개선해야 하고 첨단기술을 즉각 적용해 전자정부를 나날이 새롭게 해야 한다.
서울시와 같은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중앙정부와 연계한 행정서비스로 국내적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수준에 머물러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디지털 행정서비스를 앞서서 만들고 제공해야 한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이 전자정부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는 점이다. 전자정부라는 사이버 공간은 행정기관이 만들지만 이는 시민이 찾아와 이용하고 의견을 제시해줄 때에만 제 몫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행정기관과 시민이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미래 사회의 꽃을 피우는 첨단의 정보도시, 정보국가를 이룩해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게 될 것이다.
안문석 고려대 부총장·전 전자정부특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