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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주노총, 하청업체 임금까지 올리나

입력 | 2003-12-22 18:44:00


민주노총이 내년부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를 연동시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잠정결정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노조가 자체 임금인상안을 내놓으면서 하청업체의 납품단가와 임금인상률을 동시에 제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사관계의 원칙에 어긋날뿐더러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 하청업체의 임금 인상은 그 회사 노사가 경영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원청업체 노조가 하청업체의 임금 결정에까지 간섭할 권리는 없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문제는 원청업체 노사의 법적인 교섭대상이 아니다. 사용자측으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원청업체의 임금인상을 위해 제삼자가 무리하게 하청업체 임금조정문제에 간섭하고, 이에 편승해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경영난에 따른 집단해고 등의 부작용과 소모적 갈등만 커질 것이다.

민주노총은 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근로자와 실업자간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해고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힘센 대기업 노조들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중소 하청업체의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것이 이 같은 격차를 부채질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노노(勞勞)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 추세에 따른 경쟁력 저하와 잦은 노사분규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외국인들은 ‘죽도록 파업하는 나라’라고 진저리를 치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를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맞추려 하면 기업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결국 산업공동화가 더 심각해지고 일자리만 줄어들 것이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전체 근로자를 위한다면 평화적 노사관계의 정착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