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아야 이긴다.’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될 이승엽이 본격적인 ‘정보전’에 들어갔다. 22일 경북고에서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승엽은 체력훈련과 함께 일본 매니저 김기주씨가 입수한 퍼시픽리그 5개 구단 주요투수들에 대한 비디오 분석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공부한 투수는 올해 저팬시리즈 우승팀인 다이에 호크스의 우완 사이토 가즈미. 그는 20승3패에 평균자책 2.83, 승률 0.870으로 올 시즌 리그최고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에이스다.
사이토의 투구모습을 유심히 본 이승엽은 “볼은 그리 빠르지 않은데 변화구가 다양한 것 같다”고 평가. 공을 뿌리기 전 왼쪽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한 템포 쉬는 피칭으로 타자의 타격리듬을 깨는 사이토는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무쌍한 구질에 제구력 역시 뛰어나다.
같은 다이에의 와다 쓰요시 역시 경계해야 할 상대. 좌완 와다는 정규시즌에서 14승5패 평균자책 3.38을 기록해 신인왕에 오른 뒤 저팬시리즈 7차전에서 완투승을 따낸 유망주. 삿포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와다와 맞대결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승엽은 “슬라이더와 직구 위주로 내게 승부를 걸어왔는데 못칠 공은 아니었다”고.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승부는 최대관심사. 시드니올림픽에선 이승엽이 예선리그에서 2점 홈런, 3,4위전에선 2타점짜리 결승 2루타를 날려 완승을 거뒀다.
구대성(오릭스 블루웨이브)과의 맞대결도 흥밋거리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6시즌 동안 구대성을 상대로 51타수 6안타(0.118) 1홈런으로 철저하게 당했다. 54홈런을 날린 99년에도 14타수 무안타에 10삼진. 이승엽은 “가장 싫어하던 투수였다. 볼이 감춰진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에 타격하기 정말 까다로웠다”며 아직도 혀를 내두른다.
이밖에 니혼햄 파이터스의 용병 카를로스 미라발(16승10패, 4.65)과 긴테쓰 버펄로스의 고졸 4년차 에이스 이와쿠마 히사시(15승10패 3.45)도 이승엽이 넘어야 할 벽들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