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실사를 혼합한 영화 ‘루니툰-백 인 액션’. ‘사이코’ ‘매트릭스’ ‘스타워즈’ 등 유명 영화들을 패러디한 장난스런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만화 속 오리 캐릭터 ‘대피 덕’은 인기 절정의 만화 주인공 ‘벅스 바니’의 그림자에 가려 만년 조역을 면치 못한다. 신세를 한탄하다가 영화사 코미디 담당자 케이트에게 해고당한 대피는 함께 해고된 경비원 디제이(브렌든 프레이저)의 집에 눌러 앉는다. 디제이의 아버지는 스파이 영화의 유명배우 데미안(티모시 달튼). 어느 날 데미안이 납치되면서 그가 진짜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렘린’을 연출한 조 단테 감독의 애니메이션-실사 혼합 영화 ‘루니툰-백 인 액션(Back in action)’은 눈이 즐겁다. 대피가 타고 달리는 ‘배트맨’의 ‘배트카’를 비롯해 악당의 스포츠카 시보레, 007 자동차 뺨치는 다기능을 가진 데미안의 스파이카 가 등장한다. 또 샤워를 하던 바니가 케이트를 보고 놀라는 장면은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를 패러디하는 등 유명 영화들을 장난스럽게 본뜬 대목도 재기발랄하다.
하지만 만화와 실사 캐릭터 사이에 엉키는 질투와 암투, 사랑과 우정의 밀도가 낮아 형식과 내용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흠. 만화 주인공들은 인성(人性)이 결여돼 ‘만화 같은 만화캐릭터’에 머물고, 영화는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되지만 정작 드라마는 나사가 풀린 듯 헐겁고 허전하다.
‘조지 오브 정글’로 유명해진 브렌든 프레이저의 ‘멍청한’ 연기는 평년 수준. ‘신부의 아버지’에서 따스한 부정(父情)을 보여준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은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닥터 이블 역)만큼 창조적이고 우스운 악역으로 변신했다. 24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