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고양이가 어린이들과 펼치는 기상천외한 소동을 다룬 ‘더 캣’.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오늘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날. 엄마는 절대 집안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남매에게 단단히 일러둔 다음 출근했다.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는데, 비까지 주룩주룩 내린다.
뭐든 시키는 말의 반대로만 하는 ‘반칙왕’ 콘래드, 완벽한 스케줄 관리와 오빠 고자질하기가 특기인 ‘새침떼기’ 샐리. 늘 아웅다웅하는 남매는 너무 심심해 화가 날 지경이다. 그때 갑자기 뜻밖의 손님이 등장한다. 빨간 모자를 쓰고 말까지 하는 고양이.
‘더 캣’(원제: The Cat in the Hat)은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나타난 신비한 고양이가 아이들을 부추겨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 1957년 출간된 뒤 미국 어린이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영화화했다. 영화에서는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 역을 맡아 특수 분장을 하고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모자 쓴 고양이는 “인생은 내가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며 기상천외한 모험으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고양이는 정비사 투우사 뮤지컬 스타로 변신을 거듭하고, 온갖 마술을 부려 남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어항 속 금붕어는 말을 하기 시작하고, 청개구리처럼 구는 쌍둥이 형제 ‘씽원’ ‘씽투’가 나타나 소동에 가세한다. 처음엔 재미있고 즐겁기만 했지만 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집을 보면서 슬슬 걱정이 된다.
아이들과 고양이가 원 없이 펼치는 온갖 장난부터 엄마의 못된 애인 혼내주기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뒤죽박죽, 두서없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른들에겐 황당한 느낌을 주지만, 저학년이나 유치원아이들에겐 그런 대로 웃음을 자아낼 것 같다.
파스텔 톤 집들, 보라색 양복, 분홍색 드레스, 연두색 자동차 등 동화 속의 세계를 그대로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이 이 영화의 볼거리. ‘맨 인 블랙’과 ‘가위손’에서 독특한 비주얼을 선보였던 미술감독 출신 보 웰치의 첫 연출작이다.
‘더 캣’은 재미있는 것도 좋지만 도가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부모에겐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을, 날마다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에겐 형제애를 각각 일깨워준다. 31일 개봉. 전체 관람 가.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