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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리모델링 마친 길음시장

입력 | 2003-12-23 18:19:00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시장이 6개월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지난달 19일 새롭게 개장해 손님을 맞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


서울의 재래시장이 확 달라졌다.

좁은 통로에 너저분한 노점 자판에다 칙칙한 분위기로만 기억되던 재래시장이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싹 바뀌면서 ‘재래시장’이란 이름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8월 29일 양천구 신월동의 월정로 골목시장을 시작으로 면목시장 길음시장 인왕시장 청량리시장 전농로터리시장 등이 새롭게 탈바꿈해 손님을 맞고 있다. 내년에는 마포구 만리시장 등 26개 시장이 환경개선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시장의 개념이 바뀐다=22일 오후 성북구 길음동의 길음시장. 길음시장은 지난달 19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입구부터 시원스레 넓어 차들이 들락거리고, 골목마다 규격과 색깔이 통일된 간판들이 눈에 띈다. 바닥은 황갈색 우레탄을 깔아 말끔해졌고 하얀 지붕이 시장 전체를 덮고 있어 비가 내려도 걱정 없다.

길음시장은 깔끔해지기만 한 것이 아니다. 62대를 수용하는 전용주차장이 만들어졌고, 소방시설 및 전선도 완전히 정비됐다. 게다가 이전의 재래시장에선 어려웠던 소량 구입이나 물건 교환도 훨씬 쉬워졌다.

한복가게를 운영하는 안근배 사장(66·여)은 “기존의 고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면서 “종전의 재래시장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개선이 매출로 이어지나=길음시장은 다시 문을 연 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 눈에 띌 만한 매출증가는 없다. 자잘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대성상회의 오재숙 사장(33·여)은 “깨끗해지니 좋긴 하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은 여전히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이에 비해 중랑구 면목7동 면목시장이나 월정로 골목시장은 리모델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면목시장은 점포의 80%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까지 갔었다. 그러나 재개장 이후 방문객이 3배 이상 늘고 매출액은 하루 400여만원에서 1500여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변진홍 면목시장 대표는 “리모델링에 맞춰 물건값을 낮추고 작은 물건 하나라도 전화주문을 받는 등 시장의 판매구조를 바꾼 게 성공의 열쇠”라고 분석했다.

강성기 길음시장 상인조합회장은 “뉴타운 개발을 통해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매출액 증가를 기대할 만하다”면서 “무엇보다 상인들이 이전의 방식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정호 재래시장대책반장은 “아파트부녀회나 지역단체들과 연계해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재래시장이 가진 친근함과 편안함이란 장점을 효율적인 유통구조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