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이 성탄절을 앞두고 성당 안에서 농성 중인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와 건설노조원에게 성당에서 나가줄 것을 23일 요청했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 김동희 부주임신부는 이날 “21일 내부회의를 열어 퇴거 요청을 하기로 했다”면서 “이주노동자와 건설노조측에 23일 정오까지 퇴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명동성당측은 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농성을 허락했으나 큰 미사가 있는 성탄절이 다가오는 데다 농성 장소로 사용하게 해 달라는 다른 단체들의 요구도 늘어나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성당측에 따르면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이나 서울도시철도노조 등 여러 단체가 최근 성당 구내에서 텐트농성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노조는 10여일째 성당 구내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서부지역 건설노조 김호중 부위원장(36)은 “농성자 11명은 모두 수배 중이며 성당을 떠나면 갈 곳이 없다”면서 “수배해제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성당 구내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성당측의 요청을 거부했다. 명동성당측은 “농성자들이 스스로 나가도록 설득하겠다”면서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현재 명동성당에는 이주노동자 90여명과 경기서부지역 건설노조원 11명이 농성 중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