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인종 격리시대)가 좋았지….”
지난해 말 스트롬 서먼드 미국 상원의원의 자택에서 열린 그의 100세 생일잔치.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트렌트 롯은 1948년 대선에서 인종주의를 내걸고 트루먼과 맞섰던 서먼드에게 덕담을 건넸다. “당신이 당선됐더라면 미국이 훨씬 나아졌을 텐데.”
KKK.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철커덕.’ 라이플총을 장전할 때 나는 섬뜩한 의성어(擬聲語).
흰 가운, 뾰족한 두건, 가슴에 ‘불타는 십자가’. 철저한 위계질서와 준(準)종교의식. 백색(白色)테러의 대명사.
그 KKK의 망령이 아직도 백인사회를 떠돌고 있다. KKK의 복면은 사라졌으나 소수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hate crime)’는 끊이지 않고 있다. 흑인에 대한 적대감은 유대인과 아시아계로 사정권을 넓혔다.
백인사회에서 증오 범죄는 참으로 길고도 더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1865년 미국의 남북전쟁은 흑인노예제 철폐를 내세운 북군의 승리로 끝났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상징에 불과했다. 전리품(戰利品)은 백인의 몫이었다.
내전이 끝난 뒤 연방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급진파들은 또다시 흑인들을 끌어들여 남부의 정치적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시키고자 했고, 위기를 느낀 남부의 백인들은 지하 저항세력의 중추조직인 KKK를 결성했다.
KKK는 잠시 해체되기도 했으나 1915년 재건돼 1920년대 중반에는 회원수가 무려 450만명을 헤아렸다.
두건을 벗은 KKK의 후예들.
그들은 여전히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바다에서 활개치고 있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파 사건 이후 증오 범죄 사이트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0여개를 웃돌고 있다.
놈 촘스키 교수는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자행된 아랍인에 대한 백색테러는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행해졌던 무차별 체포와 불법구금은 무자비했다.
증오 범죄는 ‘증오의 정치(Politics of Hatred)’로 재생산되고 있는가.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