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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시민단체 “돈 선거 규제 무력화”비난

입력 | 2003-12-23 18:49:00


정치권이 추진 중인 정치개혁안에 대해 학계와 선관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 및 선거관리위원회가 개악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것은 모든 정치자금기부 영수증의 선관위 제출 의무의 백지화다.

당초 정개협은 불법 정치자금을 확인하기 위해 기부자용, 정당용, 선관위용 등 3장의 영수증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치권은 1회 100만원, 연간 500만원 초과 고액기부자만 선관위에 영수증을 제출토록 변경했다.

결국 매달 70만원씩 정치자금을 기부해 연간 840만원을 기부한 사람은 선관위에 영수증을 내지 않아도 되며 또 자신이 연간 500만원 초과 기부했다는 사실은 기부를 받은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결국 1회 100만원, 연간 500만원 초과 고액기부자 공개 기준에 허점을 남겨둔 셈이다.

돈 선거를 막기 위해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당원 행사시 식사 및 교통편의 제공의 상시 금지화’ ‘당원에게 활동비 제공의 상시 금지’도 채택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비선거 기간에 당원 행사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고 적발 및 규제도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유권자 확보를 위해 보다 편하고 확실한 수단을 남겨뒀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선거범죄 신고를 늘리기 위해 도입하려던 내부신고자 보호조항, 현금 차떼기 정치자금 제공을 막기 위한 금융정보분석원의 정치자금 계좌추적권 부여 등도 모두 무산됐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정치권이 추진한 선관위 권한 제한 움직임이 무산된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았다”며 “공명선거를 위한 선관위 기능 강화는 애당초 어려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개협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마련한 정치개혁안을 정치권이 적극 수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개협 박세일(朴世逸·서울대 교수) 위원장은 “정개특위가 철저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논의 과정을 왜곡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불리한 조항은 외면하고 개악된 정치관계법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