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폭탄주를 강요하는 상사를 한국은행에서 몰아내 주세요.”
최근 자신을 한은 직원의 부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한은 홈페이지에 ‘한은 총재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은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josua’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21일 띄운 글에서 “직급이 높은 분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토로했다.
이 네티즌은 또 “직장 상사가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나쁘면 나쁘다고 권하는 술까지는 이해하지만 2차, 3차 계속 몰고 다니며 새벽까지 붙잡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고 따졌다.
그는 또 박승(朴昇) 한은 총재에게 “기회가 있다면 ‘개인적 감정을 풀기 위해 부하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술을 퍼 먹이며 부하 직원들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즐기는 그런 짓을 그만두라’고 말하거나 ‘그런 짓이 발각되는 즉시 지금의 직급에서 한 급 낮춰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놔 달라”고 호소했다.
한은은 몹시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곧이곧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익명의 네티즌의 글을 문제 삼아 ‘조직적’으로 해당 직원을 색출할 경우 직원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고위 간부는 “상사라는 이유로 부하직원을 새벽까지 끌고 다니며 술을 마실 수 있는 세상도 아니고 한은의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볼 때 부하라는 이유로 무조건 끌려다니며 폭탄주를 마실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한은 직원은 “제한된 조직 안에서 주로 숫자와 씨름하는 업무의 성격상 한은 사람들의 ‘술 실력’이 다른 직장에 비해 약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남편의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한 아내의 마음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