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출토 고구려 토기
‘북한은 고구려 벽화고분, 한국은 아차산 고구려 군사유적.’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아차산 고구려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 여름 북한에 있는 고구려 벽화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여부 결정을 앞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서울 광진구 아차산성 일대 5∼6세기 고구려 보루(堡壘·산에 축조한 100∼200평 규모의 작은 군사 요새) 유적 15곳을 내년 2월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이와 함께 내년 초 이곳을 사적으로 지정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하고 추가 발굴조사 및 보존 복원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연갑수 서울시 문화재관리팀장은 “한강 유역에 위치한 아차산 일대 보루군은 고구려 남진정책의 흔적을 보여주는 남한지역의 대표적 고구려 유적일 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보루가 포도송이처럼 밀집해있는 보기 드문 군사유적”이라면서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서두르게 됐다”고 밝혔다.
임효재 서울대 교수(고고학)도 “아차산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신청함으로써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고구려사를 부각시켜야 한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북한 고구려 벽화고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데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올릴 아차산 일대 보루군은 광진구 광장동 아차산 1∼4보루, 광진구 중곡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걸친 용마산 1∼6보루, 광진구 구의동 홍련봉 1, 2보루 등 15곳.
5∼6세기 남진정책에 따라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내려온 고구려 병사들이 숙식하면서 방어활동을 했던 곳이다.
서울대박물관 등의 발굴조사 결과 아차산 1∼4보루를 비롯한 홍련봉 1, 2보루 등에서 다량의 고구려 토기와 온돌 저수시설, 요새건물 흔적 등이 확인됐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려면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문화재청은 국내에서 후보 신청을 받아 매년 2월까지 후보를 선정, 다음해 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 후보 신청을 하게 된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이들에 대해 현지조사를 한 뒤 세계유산위원회 집행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세계유산위원회 집행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같은 해 6월 전수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