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일씨 문제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은 탈북자지원 단체들이 지난달 17일 외교통상부를 항의 방문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정부가 그의 신분을 재확인하던 지난달 19일 전씨는 투먼(圖們)의 탈북자수용소로 끌려가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 전씨가 국군포로임을 국방부가 뒤늦게 확인하면서 다급해진 정부는 베이징 한국대사관과 서울 주중한국대사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황급히 해결에 나섰다.
베이징에서는 김하중(金夏中) 주중 한국대사와 이준규(李俊揆) 총영사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서울에서는 박준우(朴晙雨) 아태심의관 등이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잇달아 접촉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전씨가 국군포로임을 설명하고 중국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전씨 문제의 조기해결 가능성이 처음으로 엿보인 것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전씨를 북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때였다.
정부의 계속된 설득과 협조요청에 중국 정부는 16일 “전씨를 조사한 결과 국군포로 출신의 한국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를 한국에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도 당초 전씨 문제의 해결에 최소한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국정부가 성의를 보인 덕분에 약 40일 만에 전씨를 데려올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로서는 전씨가 국군포로임이 확인됐기 때문에 북한측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씨의 귀국은 이미 탈북자 송환에 관한 협조가 한국과 중국간에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씨의 경우 한국대사관 무관부의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로워졌지만 그동안 중국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통한 탈북자의 한국행은 중국의 묵인 하에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특히 총영사관을 통한 조용한 해결에 대해선 북한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씨의 한국행이 중국의 비협조나 북한의 반발 등 별다른 외교적 문제없이 비교적 신속히 이뤄진 데는 변화된 한중 관계 및 북-중 관계의 현실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