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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 파행 공방]“盧-열린우리당 똑같이 나빠”

입력 | 2003-12-24 18:59:00


“노무현 대통령이나 저 당(열린우리당)이나 다 똑같이 나쁜 사람들이다.”(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

“의정사의 가장 파렴치한 짓이 사사오입 개헌이었는데 더 파렴치한 행위로 국회기록을 깼다.”(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국회의원 정수, 인구 상하한선 등에 관한 선거법 개정안을 23일 밤 기습 상정한 것을 놓고 야3당과 열린우리당이 24일 서로를 겨냥해 온갖 험한 말을 쏟아내며 비난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기습상정을 ‘야3당의 폭거’ ‘3당 야합의 재현’ 등이라며 공세를 폈다. 김원기 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연합이나 합당을 상상할 수 없으나 4월 총선을 전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앞에 내걸고 두 세력이 합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선거구의 인구 하한선을 10만명으로 하고 기준일을 올 3월 31일로 정한 것은 인구가 적은 영호남의 일부 지역구를 살려주기 위한 게리맨더링이자 담합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반면 야권은 이 같은 주장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며 열린우리당을 공격했다.

한나라당 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열린우리당은 야3당이 의원수를 늘리기 위해 정치개혁이 아닌 정치개악을 한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정작 의원 숫자를 340명까지 제일 많이 늘리자고 주장한 사람은 노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인구 하한선을 11만명(특위 다수안은 10만∼30만명)으로 올리자는 열린우리당 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안대로 하면 농어촌지역 선거구 21개가 통폐합된다”며 “영남과 호남 지역구를 줄이기 위한 당략을 정치개혁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최 대표가 “분구 등에 따른 지역구 증가만큼 의원수를 늘려 전체 289명으로 의원수를 조정하려 했지만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한다면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현행 273명을 그대로 유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정개특위 논의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대체로 한나라당의 방침에 긍정적이나 열린우리당은 지역구를 늘리면서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여야간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치권이 선거구획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치적 합의나 표결처리 등 명백한 형식의 결의를 할 때까지 선거구획정 작업의 착수를 유보키로 했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이날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에게 “26일까지 정개특위에서 인구 상하한선 등 선거구 획정을 위한 원칙이 결정되지 않으면 선거구획정위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박 의장은 서한을 받은 뒤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에게 “26일까지 반드시 결론을 내라”고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