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과 위장이 습하면 인삼이나 귤껍질 말린 것, 흑설탕 등을 달여 차처럼 마시면 좋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위장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여서 부지런히 삭이고 비장은 소화가 잘 되도록 해준다. 두 장기는 음(陰)과 양(陽)의 관계로 비장은 음이고 위장은 양이다. 부부처럼 공생공존하며 부지런히 서로 도와준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가 병들면 다른 하나도 따라서 병들어 즉시 소화불량이 된다.
음양오행에 따르면 비장과 위장은 토(土)에 속한다. 토는 천하의 중앙으로서 오장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살(肉)을 주관해서 모습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따라서 비위(脾胃)는 거짓 없는 믿음이 그 본성이다. 그러나 그 속성(俗性)은 의심과 거짓 그리고 걱정으로 나타난다.
비위가 건강하면 정신이 맑고 깨끗해서 항상 낙천적이며 변함없는 믿음을 주는 군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비위가 너무 실하거나 허약하면 의심이 많고 소견이 좁으며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거나 쓸데없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따라서 믿음이 있으면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비위를 형성하고 있는 생명 세포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만 의심, 거짓, 근심이 쌓이면 오염된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처럼 기세를 잃고 소화활동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비위를 병들게 한다.
누구나 근심이 많을 때 입맛이 없던 적이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이는 비위의 속성 에너지가 식욕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위벽이 헐고 염증이 생기며 궤양을 앓게 되고 위암까지 각오해야 한다. 또 비위가 병들면 신장과 방광이 병들어 정력이 쇠퇴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당뇨와 치매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음으로 얻은 병은 백약이 무효하다. 오직 마음으로 다스려야 하는데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근심이 많아지면 ‘나는 지금 너무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자신을 살핀다. 또 의심이나 거짓말을 할 때도 ‘나는 대범하며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졌다’는 의식의 눈으로 비위를 관찰할 경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비위가 다시 활발하게 움직인다.
비위의 병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심장이 너무 크고 실해 속에 열이 너무 많을 때, 둘째 신장과 방광이 너무 크고 실해서 속이 냉습할 때, 셋째 간과 담이 너무 크고 실해 비위가 억압을 받을 때이다. 열이 많으면 신장과 폐에 속하는 음식을 많이 먹고 속이 냉습하거나 간담이 큰 사람은 심장과 위에 속하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비위가 허약하면 얼굴빛이 누렇고 트림을 많이 하며 사지가 아프고 오장이 편하지 않다.
허약 증세가 심해지면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며 대소변이 원활하지 않다. 비위가 실하면 헛배가 부르고 소변볼 때 불편하다. 실한 증세가 심하면 몸이 무겁고 배가 자주 고프며 드러눕기를 좋아하게 된다. 또 살에 힘이 없고 발바닥이 아파 걸음걸이가 불편해진다.
이런 증세가 생기면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져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한다. 따라서 먼저 마음으로 잡된 생각을 다스려 맑은 마음이 되도록 노력한다.
비위가 습하면 인삼, 창출(蒼朮), 정향(丁香), 귤껍질 말린 것, 흑설탕, 백두구(白荳구) 등을 달여서 차처럼 마신다. 비위에 열이 많으면 대두(大豆), 석고(石고), 귤껍질 말린 것 등을 달여서 먹는다.
대개 비위에 열이 많으면 금(金)과 수(水)가 유행하는 때에는 건강하고 운세도 상승되지만 화(火)와 토가 유행하는 때를 만나면 비위가 병들고 운세도 쇠퇴한다. 비위가 냉습하면 화와 토 운을 만나야 좋고 금과 수 운을 만나면 좋지 않다.
정경대 국제의명연구원 원장 세명대 한의과 겸임교수 www.imf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