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저력을 세계에 떨쳐 보이겠습니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37·수원대 산악부 OB, 영원무역·사진)가 남미대륙 최고봉 아콩카과(6962m) 단독 등정에 나선다. 27일 출국해 아르헨티나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거쳐 내년 1월 15일 단독 등반으로 정상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오씨는 99년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사망한 지현옥씨 이후 국내 최고의 여성 산악인. 세계 7대륙 최고봉 가운데 북미의 매킨리봉(6194m)과 유럽의 엘부르즈(5642m)는 등정에 성공했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단독 등반은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문 산악인들도 꺼린다. 단체로 베이스캠프에 머물다 대원 가운데 정복조를 짜 정상에 도전하는 게 요즘의 패턴. 그러나 오씨는 5월 24일 매킨리봉도 혼자 올랐다.
“단독 등반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녜요. 함께 원정대를 꾸릴 여성 산악인을 찾기 힘들거든요. 그러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혼자 할 수밖에요.”
오씨가 처음 해외 원정에 나선 것은 93년. 대한산악연맹이 공개 모집한 여성 에베레스트(8850m) 원정대에 응모해 14명의 대원 중 한 명으로 뽑힌 것. 그는 꿈에도 그리던 에베레스트 원정을 위해 대학 졸업 후 3년여 동안 몸담았던 공무원직도 내던졌다. “정상 정복조엔 끼지 못했지만 히말라야 설산을 밟아본 것만으로도 황홀했다”는 게 그의 말.
오씨는 이후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틈틈이 해외 원정에 나섰다. 97년엔 히말라야 8000m급 14봉 가운데 가셰르브룸2봉(8035m) 등정에 성공했다. K2(8611m), 브로드피크(8047m), 마칼루(8463m)도 등반했다.
그는 산이 너무 좋아 아직 미혼. 93년 에베레스트 여성 원정대 가운데 아직 전문 산악인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오씨뿐이다. 9월에는 아시아산악연맹 초청으로 네팔 니레카(6159m) 아시아여성 합동 등반에 참가할 만큼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얻었다.
“원정에 나설 때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말을 들어요. 그러나 나에겐 한 가지 신념이 있습니다. 내 모습을 보고 후배 여성 산악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입니다.”
오씨는 내년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