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겨냥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움직임이 우려된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비서관 및 행정관들과 오찬을 하며 “선거는 구도도 중요하고 바람도 중요하다”면서 “내가 바람이 일도록 하고 여러분에게 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특정 정당 후보로 출마할 참모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바람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처럼 들린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오후에는 ‘민생 현장 방문’을 내세워 윤훈렬 전 행사기획비서관의 출마 예정지(영등포갑)를 찾았다. 노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수행한 윤 전 비서관은 유권자들에게 든든한 배경을 과시했을 것이다. 야당의 잣대가 아니더라도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벌써 청와대 참모 14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내년 2월 개편 때 몇 사람이 더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정 운영의 사령탑이 되어야 할 청와대가 ‘총선 대합실’ ‘정치인 양성소’로 변질되어 버린 격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동지’에게 ‘청와대 근무’라는 그럴듯한 날개를 달아 선거에 내보내는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참모들의 마음은 진작 콩밭에 가 있었을 테니 대통령 보좌에 소홀했을 것이다. 그들이 다루는 정책도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선거에 유리한 쪽으로 치우쳤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를 총선 출마용 발판으로 삼은 참모가 그렇게 많았으니 그동안의 국정이 ‘우왕좌왕’한 것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청와대를 운영한다면 노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총선 후보 공급책임자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측근이었던 특정 정당 후보들을 위해 ‘바람’이나 일으키려고 한다면 생산적 국정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총선보다 중요한 것이 국정이다. 청와대가 ‘바람 정치’의 사령탑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