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3일 첫방영되는 SBS 주말극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주역을 맡은 소지섭(오른쪽)과 하지원. 하지원은 발리 현지 촬영에 대해 “큰 이빨을 가진 원숭이의 공격을 받고 도망다니느라 바빴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SBS
《하지원(24)과 소지섭(26). 올해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MBC 퓨전사극 ‘다모’와 SBS 판타지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각기 조선여형사와 백제의 장군 역으로 출연한 두 사람이다. 이들이 이번에는 온전히 현대물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두 사람은 1월 3일 첫 방영되는 SBS 20부작 주말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극본 김기호·연출 최문석·밤 9·45)에서 가난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부유한 집안의 재민(조인성), 영주(박예진)와 각자 얽히면서 비틀린 사랑과 욕망의 드라마를 펼쳐간다. 여행가이드인 수정(하지원)이 당차게 인생역전을 노린다면, 자카르타 현지 공장관리인인 인욱(소지섭)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어두운 성격이다. 이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에게 끌린다. 10일간의 발리 촬영을 마치고 온 두 사람을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SBS탄현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억척스런 캐릭터, 하지원
“새 작품에 나온다고 해서 어떤 ‘다모 폐인’은 실망했대요. 제가 계속 ‘채옥’으로 남아줬으면 했나 봐요.”
‘다모’의 성공은 하지원에게 부담이기도 하다. 그는 “드라마 시작을 앞둔 이 때가 마음이 가장 무겁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수정’에 대해 “절박하게 살아가는 게 불쌍하다”며 “잘 살아보려고 머리를 굴리지만 많은 사람에게 당하는 바보 같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모’에서 관비 출신으로 출연한 그는 내년 1월 16일 개봉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 ‘내 사랑 싸가지’(감독 신동엽)에서 대학생의 차에 흠집을 낸 대가로 ‘노비문서’를 써야 하는 여고생 역을 맡는다. 하지원은 “억척스럽게 사는 캐릭터가 내게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발리에서 찍은 화면을 보니까 얼굴은 땀에 절었고 눈은 퉁퉁 붓고…. ‘정말 수정이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어요.”
그는 발리 현지 촬영 때 놀지 못한 것이 ‘한’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화려한 호텔에서 촬영하는데, 저만 계속 허름한 동네 모텔에 있었어요. 사람들이 왜 발리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죠. 그런데 촬영 마지막 날 사원과 바닷가 풍경을 보고 ‘신혼여행은 여기로 와야지’하고 결심했어요.”
하지원은 “현대물은 좀 수월할 줄 알았는데 실제는 ‘다모’ 못지않게 고생스럽다”며 “그래도 일이 너무 좋아 스케줄이 없을 때도 촬영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은 내성적인 남자, 소지섭
요즘 베트남에서는 소지섭이 출연한 SBS ‘유리구두’(2002년)가 인기다. 그도 몇 차례의 베트남 방문에서 자신의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베트남 팬들이 제 얼굴을 쓰다듬거나 허리를 껴안더라고요. 남자들이 더 적극적이라서 놀랐어요.”
발리를 다녀온 그의 얼굴은 건강한 구릿빛으로 빛났다. 하지만 귀국한 지 하루만에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방송에서 들리는 것보다 더 나직했고 대답은 짧게 끊어졌다.
소지섭은 “인욱 역할은 내 나이에 맞게 어른스럽고 성격도 나와 비슷하게 과묵해서 택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실제 성격은 ‘유리구두’와 ‘천년지애’로 굳어진 ‘날건달’ 이미지와는 딴판이라는 말인가.
“제가 내성적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쉴 때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봅니다. 화면에 나온 제 모습을 볼 때 저 스스로도 놀라요.”
그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한때 연기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소지섭은 “그래도 캐릭터와 하나가 될 때의 그 느낌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게 된다”며 “이 드라마에서 인욱 역을 할 때는 아직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사가 적다고 해서 절대 연기가 쉬운 게 아니에요. 대사 대신 눈빛으로 말해야 하니까요.”
그는 서른 살 넘어 주름살도 좀 생기면 악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쁜 악역 말이죠.”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