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행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연말이면 이곳저곳에서 가계부와 달력을 줘서 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올해는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유난히도 이를 챙겨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은행에 간 김에 창구에 있는 직원에게 “혹시 남는 가계부가 없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가계부는 VIP 고객에게만 우편으로 발송했기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돌아오는 것 아닌가.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에 서둘러 은행을 나오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어려운 살림에 한푼 두푼 모아가며 소액을 저금하는 서민들은 찬밥 신세인 것 같아 야속했다. 언제쯤 서민이 대우 받으며 살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정동숙 주부·충남 논산시 두마면 엄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