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 ‘한국인 트렌드’라는 제목의 책을 냈을 때 트렌드 분석가인 김경훈씨(38·자유기고가)가 주목했던 사회문화적 흐름은 ‘신세대’와 ‘PC통신 혁명’이었다. 생물학적 연령구분이 아니라 특정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세대’가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사회적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바야흐로 개화하기 시작한 PC통신은 어느만큼의 생활 변화를 가져올까….
그 10년 사이 ‘386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부상했고, PC통신은 인터넷으로 진화해 일상의 모습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다. 10년 만에 ‘한국인 트렌드’(책바치)를 다시 내며 김씨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가져온 차이’에 주목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의 트렌드 변화를 좌우해 왔고, 앞으로도 좌우해 갈 두 가지 기본 흐름을 저는 개인화와 실용주의라고 봅니다. 과거에 ‘세계 1등’ ‘아시아 1등’ 같은 목표들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실제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 일인지, 아무리 소소한 일이더라도 스스로 그 성과를 즐길 수 있는지 자기규정이 더 중요해졌어요.”
‘트렌드’란 김씨에 따르면 일시적인 유행과 달리 최소한 10년은 유지되는 호흡이 긴 흐름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김씨는 앞으로 10년간 한국 사회를 관통할 트렌드 20가지로 △두 손 문화 △페로몬 공동체 △체온 커뮤니티 △멀티태스커 △시간을 팔아 시간을 산다 등을 꼽았다. 이 중 ‘두 손’은 뭔가를 직접 만들 때 필요한 ‘도구’. ‘두 손’을 이용해 자판을 두드리며 인터넷에 자신이 사용한 신상품에 대한 의견을 올리고, ‘두 손’을 움직여 미완성인 DIY가구도 완성한다. 즉 ‘두 손 문화’란 생산된 상품을 수동적으로 쓰기만 하지 않고 사람들이 소비행위의 과정 자체를 즐기며 상품 제작 자체에 참여하는 등 능동적 소비자로 변모해 가는 현상을 짚은 키워드.
“미국의 트렌드 분석가인 페이스 팝콘은 ‘동시에 4가지 서로 다른 트렌드가 접속하는 어떤 사건이 있다면 그건 반드시 대박을 터뜨린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그런 이유 때문에 트렌드를 미리 읽어낼 필요가 있죠.”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