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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손영태/지속가능한 기부문화 만들자

입력 | 2003-12-26 18:21:00

손영태


요즘 연말을 맞아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불우이웃돕기 모금 캠페인들을 벌이고 있다. 그뿐 아니라 거리 곳곳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훈훈한 연말연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매년 이맘때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다양한 기부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미 오래 전에 지속적인 기부문화를 정착시켜 그 명맥을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은 기부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일정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주위의 권유나 자신의 체면 때문에 억지로 기부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하곤 했다. 특히 기부금의 대부분을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진정한 기부문화의 정착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개인 기부가 사회 전체 기부활동을 이끌어 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일방적으로 주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나눔의 문화’가 기부의 참 의미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부와 관련된 사회적 장치와 제도적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해당 단체나 기관들은 기부금 모금과정, 배분일정, 배분결과, 현황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혀야 한다. 더불어 세금감면이나 우대정책과 같은 법과 제도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기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기부가 결국은 자기 자신, 더 나아가 후세를 위한 뜻 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온전한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기부와 관련해서는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형성이 가장 필요하다. 도움이 절박한 사람들의 딱한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일시적인 동정심을 유발하는 반강제성 기부행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그 대신에 아름다운 기부자들의 선행을 소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선진 기부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함께 나누는 풍토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손영태 대학생·부산 동래구 안락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