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 나주시와 영암군, 경기 화성시 등 3곳의 농장에 미국산 수입 생우(生牛) 753마리가 입식되자 인근 한우 사육 농민들이 도살 처분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전국한우협회 전남도지부에 따르면 소 수입업체 C사가 들여온 미국산 소 753마리 가운데 154마리가 19일 나주시 왕곡면의 농장에, 299마리가 22, 23일 이틀간 영암군 신북면 농장에 들어왔다. 화성시의 한 농장에는 300마리가 입식됐다.
이들 소는 미국 아이다호주 농장에서 18개월 자란 육우로 몸무게 450∼500kg의 에버딘 앵거스종이다. 이 소들은 9월 28일 미국 오리건주 댈러스항을 출발해 10월 21∼23일 부산항과 인천항을 거쳐 이들 농장에 입식됐다.
나주지역 한우 사육 농민 100여명은 20일 나주시 왕곡면 등지서 미국산 생우 입식을 저지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인 뒤 21일부터 미국산 생우를 들여온 장모씨(58)의 농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25일 나주시청 앞에서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을 만나 “광우병 잠복기가 6∼8년이어서 미국산 수입 소도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수입 소를 격리 수용하거나 모두 도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또 “수입 소 검역과정에서 발열과 구강점막괴사, 유사산 등을 일으키는 전염병인 블루텅병이 발견돼 8마리가 도살됐다”면서 “나머지 소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협회 장기선(張基宣) 부장은 “수입산 생우라도 6개월 이상 국내에서 키워 도축하면 국내산 육우(肉牛)로 분류된다”면서 “한국이 애꿎게 광우병 발생 국가로 지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비용 등의 문제로 생우를 도살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도축할 때 광우병 검사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원산지가 미국인 생우가 광우병에 걸렸다고 해서 한국이 광우병 발생국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이들 생우를 해당 농장에 격리 조치한 다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모든 미국산 생우에 대해 의무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