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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정미경/'아이리버' 성공 이끈 디자인의 힘

입력 | 2003-12-28 18:00:00


MP3플레이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레인콤의 ‘아이리버’ 브랜드를 잘 아시겠죠. 이 회사가 최근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등록을 마쳤습니다. 삼성전자라는 ‘거인’을 물리치고 국내 MP3분야를 석권하고 있는지라 코스닥 등록 한참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회사입니다.

전문가들은 레인콤의 경쟁력을 크게 기술력과 영업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디자인’이라는 제3의 성공요인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저는 1년전 쯤 이노디자인의 김영세(金暎世) 대표를 통해 레인콤이라는 회사에 대해 알게됐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 대표는 독창성과 실용성을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여 미국디자인협회가 주는 상도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아이리버 브랜드는 그가 디자인하는 유일한 중소기업 제품입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제품을 주로 디자인하는 그가 중소기업 제품에 손을 댄다는 것이 의아해서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김 대표는 레인콤의 양덕준(楊德準) 사장을 알게 된 사연을 얘기하더군요.

2000년경 김 대표는 알지도 못하는 양 사장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디자인을 의뢰하고 싶다는 얘기였죠. 바쁘기도 하고, 이름도 못 들어본 중소기업이기도 한지라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그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수십 쪽 짜리 회사소개서와 디자인계획서를 들고 나타난 양 사장은 혼자 몇시간 동안 시장별 특성과 해외 MP3제품 디자인 조류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조그만 기업이 이 정도의 포부와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동한 김 대표는 흔쾌히 아이리버 전 제품을 디자인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은 알지만 거기까지 쓸 돈이 없다”고 말합니다. 레인콤은 디자인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