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리즈 취재를 위해 최근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방문 이후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국도 이제는 미국처럼 이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논의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만약 한국 사회가 지금 당장 이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민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의 국제화를 더욱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일주일 정도 일본에 머물면서 고령화 사회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버스, 택시, 전철, 신칸센을 타고 도쿄나 나고야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젊은이, 특히 10대 이하 청소년이나 초등학생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지하철 승객들도 40대 이상의 회사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젊은 회사원이나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동안에 상실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패기다”라고 한탄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말이 맞는다면 아마 고령화 사회가 패기 상실의 중요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문득 2년 전에 만난 한 외국인 컨설팅회사 사장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장기적으로 일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민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폐쇄적인 일본문화 특성상 쉽지 않다. 일본은 그동안 벌어놓은 막대한 자산으로 선진국으로 남아있겠지만 인구문제 때문에 과거와 같은 활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민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고, 특히 미국은 젊은 엔지니어들을 의도적으로 많이 받아들여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고 있지요.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평균 1.1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통일을 염두에 두면 이민을 검토하는 것이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통일이 되더라도 단기간에 고급 기술 인력을 배출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물론 여성들이 자녀를 많이 낳을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바꾸는 것이 먼저 선행돼야겠지요.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