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일본에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라이언 킹’ 이승엽(27)에게 뜻하지 않은 암초가 나타났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박힌 돌’ 후쿠우라 가즈야(28)가 ‘굴러온 돌’ 이승엽에게 공개 도전장을 던진 것.
후쿠우라는 3년 연속 3할 타율에 1루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롯데의 간판타자. 연봉 협상 때부터 이승엽을 의식했던 그는 트레이드 배수진을 치며 3차 협상까지 가는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러나 26일 이승엽(2억엔)보다 적은 1억5500만엔에 도장을 찍게 되자 이번엔 “내 포지션은 1루다. 간단하게 내줄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후쿠우라가 1루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승엽의 생각과 상통한다. 둘 다 지명타자로 벤치를 지키는 것보다는 1루 수비를 하는 게 타격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 후쿠우라로선 연봉협상에서 무너진 자존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롯데 보비 발렌타인 신임 감독은 처음엔 “이승엽은 지명타자, 후쿠우라는 1루수를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지만 이승엽 영입이 확정된 뒤에는 “서로 1루를 다투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와기타 도모카즈 구단 대표가 “이승엽과 후쿠우라는 주전 1루수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승엽은 9년 전 삼성에 입단할 때 지금보다 더한 상황을 겪었다. 당시 삼성엔 포수 출신의 이만수를 비롯해 외야를 겸하고 있는 이종두, 내야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성래까지 1루수 요원이 넘쳐나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하나같이 클린업 트리오에 기용됐던 거포들. 하지만 19세의 이승엽은 여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전 1루수 자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후쿠우라의 도전은 오히려 이승엽을 더욱 강하게 만들 기회인 셈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