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의 제야의 종 타종식에 참가하는 이라크인 무하마드 알리 모나켈리씨(오른쪽)와 양지혜 ㈜캐릭터플랜 사장이 28일 오후 보신각에서 당목을 잡고 종을 치는 시늉을 해보이고 있다. -박주일기자
매년 12월 31일 서울 종로의 보신각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한해의 마감을 알리는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종소리를 들으며 묶은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는 희망을 가슴에 품는 것은 이 곳에 모인 사람이나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야의 종 타종과 관련해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과연 누가 타종식에 참가하느냐는 것이다. 올 타종식에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이성구(李聲九) 서울시의회 의장, 가수 패티김과 강타, 탤런트 유인촌, 골프선수 박지은 등 모두 18명이 참가한다.
참가자 중에는 이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이색적인 여성 2명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1994년 한국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라크인 무하마드 알리 모나켈리(49)와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캐릭터플랜 양지혜 사장(37)이 그 주인공.
28일 오후 보신각에서 만난 이들은 타종식의 시민대표가 된 것이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모나켈리씨는 “남편을 따라 타종식장을 몇 번 찾은 적은 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종 치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부끄러워했다.
그의 참여가 특히 의미를 갖는 것은 올 타종식에 미국인과 이스라엘인도 1명씩 참가하기 때문. 이에 대해 그는 “우리는 평등하며 모두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꺼이 수용한다”고 말했다.
모나켈리씨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평등의 눈높이’를 강조했다.
“아랍인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에요. 친구로서 마음을 열고 도우러 간다면 따뜻이 맞겠지만 점령군이나 자선을 베푼다는 식이면 그들은 등을 돌릴 겁니다.”
양 사장도 모든 일에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했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거든요. 어른의 잣대로 어린이 만화영화를 봐선 안 되죠.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은 힘을 빼고 아이의 눈높이에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중요해요.”
양 사장이 타종식에 참가하게 된 것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란 한 우물을 파온 여성 기업인이었기 때문. 그가 제작 중인 ‘망치’라는 애니메이션도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찾아가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서울시 권오도 문화재과장은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것은 관세음보살이 33개의 하늘로 변해 악으로부터 중생을 구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불교신앙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 종소리가 한국은 물론 멀리 이라크의 어린이들에게도 희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