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조세정책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68년 부동산투기억제세가 도입된 이후 부동산 관련 조세제도의 ‘강화’와 ‘개혁’은 수없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투기억제는 여전히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다. 지난 35년간의 정책이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경제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같다. 조세부담의 증가는 일시적으로 부동산의 가격상승률을 낮출 수 있지만 지속적인 안정 효과는 없다. 경제이론이 싫으면 35년 동안 계속된 정책 실패에서라도 배우면 좋으련만 정부의 무성의와 배짱이 놀랍기만 하다.
1993년의 종합토지세 과세 대상 토지의 공시지가 총액은 974조원으로 당시 국내총생산(GDP) 277조원의 3.5배였다. 공시지가가 시가의 80%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토지와 건물을 합한 부동산의 시장가치는 최소한 GDP의 6배는 넘었다. 같은 해에 양도소득세와 재산보유 관련 4개 지방세(종합토지세, 재산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의 조세수입 합계는 3조7000억원이었다. 이는 부동산 시가총액의 0.2%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의 정책수단을 움직여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킬 수는 없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토지 수요를 증가시키는 경제성장과 중단기적으로 거시경제를 움직이는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동원하면서 그로 인한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조세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어 놓고 부동산 가격은 조세정책으로 잡는 척하는 셈이다.
조세제도를 무리하게 정책수단으로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재산 관련 세금은 종류가 많아 제도가 복잡하고, 이전과세가 보유과세의 3.7배나 돼 불공평하며 부동산의 효율적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방세율을 법으로 정하고 지방의회가 조례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대의기관의 승인 없이는 국민의 조세부담을 높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법의 과세표준을 시가로 평가함으로써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지방세법 등은 과세표준을 시가와 동떨어지게 정해 놓고 이를 행정부가 쉽게 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조세제도의 기본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건물의 과세기준가액을 높이고 가감산제도를 바꾸어 재산세를 더 무겁게 하겠다는 행정자치부의 방침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조세부담을 큰 폭으로 높이는 데 국회와 지방의회는 보이지 않고 세법의 집행기관인 행정부가 나선다는 점이다. 우리 부동산세제의 구조적 모순과 국민의 조세부담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부동산 관련 지방세에 손을 댄다면 경제원리에 맞게 부동산 정책의 목표-수단 관계를 정비하고, 기형적인 관련 조세제도를 대의민주주의에 합당한 방식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파트 가격 급등이라는 상황에 쫓겨 아무런 밑그림도 없이 비현실적인 과세표준에다 덧칠하는 임기응변에만 골몰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윤건영 연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