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권 3당이 28일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전원(全院)위원회 소집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다수안의 일방 처리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반발함에 따라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원위 소집 배경과 전망=야3당의 전원위원회 개최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시한인 올해 말을 넘길 경우 선거구 위헌상태에 따른 각종 혼란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위원회가 소집된다 해도 심의대상이 되는 안건의 상정효력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23일 정개특위에서 목요상(睦堯相) 위원장이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두드려 상정한 것에 대해 우리당이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장 직권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만 남게 된다. 그러나 우리당이 실력 저지를 계속하는 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이를 강행 처리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9일 오전 소집될 총무회담이 선거법 처리 여부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위헌 논란과 여야 속셈=헌법재판소는 2001년 10월 현행 선거구의 과도한 인구 편차를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말까지 3 대 1 이내로 시정토록 유예기간을 줬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결정 취지를 반영한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현행 선거법상 선거구 관련 조항은 모두 효력을 잃게 된다. 지구당의 법적 지위도 무효화돼 새로이 지구당을 창당할 수도, 기존 지구당을 개편할 수도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이론상으로는 17대 총선을 위한 법적준비 절차가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현행 선거구에 의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유지도 불가능해진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우리당은 “상징적으로는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부 시민단체에서 국회를 고사시키기 위해 위헌 논란이 벌어지기를 기다려 ‘국회 권한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며 여권의 고의적 지연작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제로섬 게임’에 따른 득실 계산 때문이다. 지역구 수를 현행대로 동결할 경우 16개 지역구가 사라지고 16개 지역구가 새로 생기는데 통폐합대상 16개 중 11개가 한나라당 현역 의원 지역구다. 민주당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지역구도 3, 4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우리당은 현행 지역구 수 동결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역구 수 증원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전원위원회란▼
전원(全院)위원회는 국회의원 전원(全員)이 참여해 특정 안건을 심의하는 제도이다. 국회법(62조의 2)상엔 그 대상을 ‘정부조직에 관한 법률안,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되고 4분의 1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안건의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할 수도 있다. 1960년 폐지됐던 이 제도는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 때 40년 만에 부활했다. 그 후 3월 28, 29일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에 대한 전원위원회가 열린 적이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