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광고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TV광고 장면 가운데 일부를 골라 편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인쇄광고가 시도되고 있다. 광고기법도 다양해지고 TV 광고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업이미지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 또 과거의 신문 잡지 위주의 광고에서 벗어나 버스 택시 지하철 옥외간판 인터넷 등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곳이면 어디에나 광고물이 부착돼 점차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TV광고의 단점=우선 15∼30초라는 시간적 제한이 크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들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또는 제품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G애드 유효일 부장은 “인쇄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내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TV광고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방송 사전 심의 제약도 크다.
인쇄광고에서도 단순한 제품 설명이 아닌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LG전선은 `전선이 있는 풍경`을 주제로 4편의 시리즈 광고물(왼쪽)을 제작했다. `윈저 12`는 남성 위주의 위스키광고에 여성을 등장시키는 파격적인 인쇄광고를 시도했다.
올해부터 법적으로는 비교광고가 허용됐지만 방송심의는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내년도 이동통신업계의 번호이동성 전쟁을 앞두고 LG텔레콤은 ‘지금의 011 번호를 LG텔레콤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공격적인 카피를 TV광고에 내보내려고 했으나 심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LG텔레콤은 이 내용을 대신 인쇄광고물에 싣고 있다.
▽인쇄광고의 새로운 시도=광고기법도 다양해져 인쇄매체를 이용한 티저(teaser) 광고가 등장했다.
SK텔레콤의 무선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준(june)’과 현대카드의 ‘M’이 대표적인 사례.
‘준을 아시나요’ ‘M도 모르면서 쯧쯧’ 등의 파격적인 문구를 지속적으로 인쇄광고물에 노출시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법이다.
서울우유는 동일한 제품의 콘셉트를 다양한 상황과 모델로 표현했고 할인점인 까르푸는 기업이미지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멀티스폿(Multi-Spot) 기법을 선보였다.
LG전선은 기업이미지 광고를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편의 인쇄광고물을 제작했다. 이미지광고는 TV광고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인쇄매체로까지 넘어온 것.
TBWA 제작1팀 김호철 국장은 “가장 큰 변화는 인쇄광고 매체가 다양해진 것”이라며 “최근에는 지하철 버스 옥외 등의 매체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키 광고의 파격 시도=위스키 광고는 각종 제약 때문에 TV광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쇄광고가 유일한 방법인데 과거에는 아주 근엄하게 스코틀랜드의 고성 또는 술병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위스키 제조업자가 맛과 향을 설명하는 천편일률적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윈저 12’ 인쇄광고는 여성의 보디라인을 이용한 ‘감추기’라는 역발상을 선보여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위스키의 주된 소비층이 20, 30대로 낮아지면서 감성적인 요인을 부각시켜 여성의 보디라인에 ‘윈저12년’의 병 모양을 비유한 시리즈 광고를 제작한 것.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강조해 궁금증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한편 올해는 부동산 열풍을 반영해 아파트 브랜드 및 분양관련 인쇄광고가 봇물 터지듯 했다. TV광고에서는 아파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고 인쇄광고에서는 다양한 분양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