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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불법 조장하는 ‘20만달러 상한선’

입력 | 2003-12-29 18:04:00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삼척동자는 몰라도 야구팬이면 다 아는 사실을 말이다.

LG는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주전 외야수로 활약한 알 마틴과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10만달러에 입단 계약을 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마틴이 누구인가. LG가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왼손 거포는 전혀 아니지만 공수주 3박자를 갖춘 그는 2년 전인 2001년만 해도 500만달러의 거액을 받았던 호타준족. 한때 박찬호의 천적으로 국내 팬에게 악명을 떨치기도 했던 그다. 최근 들어선 36세의 나이 탓에 급격히 기량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런 그가 불과 20만달러에 낯선 땅 한국에 올 것을 결심했으리라고는 믿기 힘들다.

더욱 가관은 LG의 발표가 나오자 각 구단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사상 첫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인 마틴에겐 못 해도 70만∼80만달러는 줬을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은 대목이다. 이는 누워서 하늘에 침 뱉는 격. 다른 구단 역시 외국인 선수의 데뷔 첫해 연봉 상한선인 20만달러를 짜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은 주초 영입한 투수 케빈 호지스의 연봉을 역시 총액 기준으로는 마틴과 똑같은 2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호지스는 2002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던 검증된 용병. 이런 그가 20만달러에 사인을 했을 리 만무하다.

반면 롯데 같은 경우는 최근 펠릭스 호세와의 입단 줄다리기를 하면서 공공연히 40만달러 이상을 지급할 뜻이 있고 정작 호세는 80만달러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가 이처럼 겁 없이 규약위반 사실을 드러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누구나 관례적으로 해온 위반이고 나중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는 이중 작성한 허위 계약서를 제출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

KBO도 옵션 같은 편법을 이용해 웃돈을 얹어주는 것까지 모두 밝혀낼 수는 없다고 손을 내젓고 있는 상태다.

서로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불신만 키우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 지키지 않을 규약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