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축구대표팀의 간판 골잡이 티에리 앙리가 2003 '올해의 프랑스 스포츠맨'에 선정됐다. 2002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예선탈락의 아픔을 맛봤던 그였기에 이번 수상은 그에게 더욱 뜻 깊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간만사 새옹지마.’
저물어 가는 한해. 세계적인 축구스타 티에리 앙리(26·아스날)와 히바우두(32·AC밀란)의 엇갈린 명암이 화제다.
1m88의 장신에 폭발적인 스피드로 골 감각을 자랑하는 프랑스대표팀의 간판 앙리는 29일 ‘디망셰 케스트-프랑스 저널’이 발표한 2003 ‘올해의 프랑스 스포츠맨’으로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후보로 올랐다가 지네딘 지단(31·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탈락했던 그에겐 반가운 선물.
반면 브라질 축구대표팀 공격수 히바우두는 이날 이탈리아 월간지 ‘막스’가 세리에A 최악의 선수에게 주는 ‘우든 볼(Wooden Ball)’ 수상자로 결정됐다. 불과 1년6개월 만에 둘의 운명이 뒤바뀐 것.
지난해 열린 2002한일월드컵. 앙리는 예선 2차전인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무리한 태클로 퇴장당해 ‘최강’ 프랑스가 1무2패로 예선 탈락하는 결정적 원인제공을 한 선수. 게다가 월드컵 기간에 미모의 애인을 동반해 ‘축구하러 왔나, 연애하러 왔나’란 비난까지 받았다.
반면 ‘왼발의 마술사’ 히바우두는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 삼각편대인 ‘3R(히바우두-호나우두-호나우디뉴)’의 최선봉에 서서 브라질을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려놓은 주인공. 이 활약으로 히바우두는 지난해 7월 21만5000유로의 주급을 받으며 AC밀란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똑같은 물을 마셔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던가. ‘월드컵의 추억’은 한 선수에겐 약이 됐고 다른 선수에겐 독이 됐다.
앙리는 쓰디 쓴 ‘악몽’을 곱씹으며 몸이 부서져라 그라운드를 누볐고 그 결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소속 팀인 아스날에서 2002∼2003 시즌 24골을 터뜨렸다. 앙리는 이번 시즌에도 12골을 기록해 득점 랭킹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첼시로부터 5000만파운드(약 1035억원)의 이적료로 ‘러브콜’까지 받았다. 1999년 1050만파운드에 이적했으니 몸값이 거의 5배로 뛴 셈.
반면 히바우두는 자존심을 내세우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불화를 일으키며 벤치 신세를 전전했다. 지난 시즌 5골, 올해는 무득점. 최근 자유계약으로 풀려나 이제 새 둥지를 찾아야하는 신세다.
아직 스페인, 잉글랜드 등 빅리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번 구겨진 자존심은 쉽게 회복하기 힘들 듯.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