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2003 SBS 개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5인조 ‘혼수상태’팀. 왼쪽부터 이강복 김신영 장경희 김형은 김태현. 사진제공 SBS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살자! 단순! 무식! 단무지 브라더스!”
28일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녹화 방영한 ‘2003 SBS 개그 콘테스트’. SBS 7기 공채 개그맨들이 겨룬 이 콘테스트에서 5인조 ‘혼수상태’팀이 대상을 받았다. 특히 ‘혼수상태’의 일원인 ‘단무지 브라더스’의 ‘형’ 김태현(25)과 ‘동생’ 이강복(24)은 자신들의 ‘웃음 철학’을 알리는 말로 공연을 시작해 눈길을 모았다.
‘단무지 브라더스’와 장경희 김신영 김형은으로 구성된 ‘혼수상태’팀은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연습하는 콩트를 연기했다. ‘단무지 브라더스’가 장경희 등 세 여성을 유혹하면서 좌충우돌 웃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단무지 브라더스’는 경상도 사투리를 속사포처럼 뱉으며 관객을 휘어잡았다. 심사위원장인 장동욱 SBS 예능총괄 CP는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콘테스트는 30 대 1의 경쟁을 뚫고 공채의 관문을 통과한 9팀(31명)이 겨뤘다. 이들은 4개월간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인 박승대홀에서 매일 공연하며 아이템을 다듬어 나갔다. 관객의 반응이 썰렁한 대목은 과감히 포기하거나 파트너를 바꾸기도 했다.
올해 초 동아방송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태현은 4월에 밀양대 조경학과를 휴학 중인 이강복을 만나 ‘단무지 브라더스’의 호흡을 맞춰왔다. 신동엽 같은 ‘개그맨 MC’가 되고 싶다는 그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 ‘단순해야 웃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했다”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끌려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라이브 무대는 그에게 외면받는 연예인의 서러움까지 깨우쳐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00석의 극장에 딱 2명이 들어온 날이었어요. 두 관객이 너무 부담스러워서인지 암전된 사이 나가더라고요. 평소 떠들썩한 우리도 그날은 가라앉을 수 밖에요.”
SBS가 공채 개그맨들의 ‘수습 교육 과정’에 현장 경험을 익히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 SBS는 내년 ‘정통 코미디의 부흥’을 예상하고 이런 선발 방식을 시도했다. ‘혼수상태’팀을 비롯해 ‘병아리 유치원’(금상·심진화 김필수 김재우 윤진영 엄승백) 등은 내년 1월 ‘웃찾사’에서 개그맨으로 공식 데뷔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