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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권효/메아리 없는 '독도 사랑'

입력 | 2003-12-29 18:19:00


며칠 전 경기도의 한 주민이 독도로 주소를 옮겼으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할 경북 울릉군의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울릉군청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독도 거주를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쫓아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무원의 판에 박힌 행정을 탓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우연히 불거진 이 논쟁은 이미 100년을 묵은 독도문제에 대처하는 한일 양국 행정당국의 태도를 선명히 대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1905년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는 이름으로 자국 영토에 편입시켰다. 독도를 관할하는 시마네(島根)현은 독도에 주민 호적을 이전하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독도의 일본 주소는 ‘시마네현 오키(隱岐)군 고카무라(五箇村)’다.

80년대부터 시작한 우리의 독도 호적 이전 운동은 일본에 맞서 뒤늦게 시작된 것이다. 현재 몇 명의 일본인이 독도로 이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마네현 관계자는 독도로 주소를 옮긴 일본인의 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중순 시마네현에서는 ‘독도반환요구 범시민대회’가 열렸다. 시마네현 지사는 “하루빨리 독도를 되찾자”고 호소했다. 초등학생들은 “우리가 어른이 되면 다케시마는 우리 땅이 돼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시마네현 홈페이지에는 ‘돌아오라! 다케시마’라는 독도 코너가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도 볼 수 있는 이 코너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독도가 왜 일본 영토인지를 자료사진과 함께 나름대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은 현재 450만명.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주장을 실은 뒤 “독도는 명백하게 일본 영토이다.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독도의 동도를 여도(女島), 서도를 남도(男島)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는 물론이고 경북도와 울릉군 홈페이지의 독도 관련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경북도와 울릉군 홈페이지는 독도의 현황 자연환경 관광정보 등을 담고 있을 뿐이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아예 독도 관련 내용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령한 무법자’로 세계에 인식될지도 모른다. 독도 주소 이전 문제는 한국 행정당국의 소극적이고 규정에 얽매인 행정 자세의 한 단면을 보여준 예일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독도 사랑’이 뭔지 다같이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권효 사회1부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