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바가지’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회사원 이모씨(46·경남 창원시)는 26일 가족과 함께 새해 일출을 보려고 울산 K모텔에 방을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다. 하루 투숙료로 3만∼3만5000원을 받던 모텔이 12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너무 비싸다”고 하자 모텔 측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새해 첫날 일출시간이 독도와 울릉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빠른 울산 간절곶 등 동해안 관광지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상혼이 관광객들을 울리고 있다. 평소보다 2∼4배 가량의 숙박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화예약을 받으면 다행이다. 울산 북구 강동 해변 인근 S모텔은 “숙박료 송금 여부를 확인하려면 귀찮다”며 “31일 직접 와서 요금을 내고 방을 계약하라”고 말했다. 이 일대 모텔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31일의 숙박료로 2인 1실에 12만∼15만원씩 예약을 받았으나 관광객들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아예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동해안의 일출 명소인 강원 강릉시 정동진의 S모텔은 평소 6만원이던 숙박요금을 두 배 이상 비싼 15만원, 인근 B모텔은 평소보다 3배 이상 비싼 18만∼19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동진 인근 민박집도 평소 1박 요금이 2만5000∼3만원이었으나 31일 요금은 5만∼7만원으로 치솟았고 이마저도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
이들 숙박업소들이 바가지 요금을 받아도 개인서비스요금의 경우 ‘자율요금제’이기 때문에 행정 당국에서 단속할 근거가 없다.
울산 울주군 지역경제과 국중천(鞠重千)씨는 “연말연시에 숙박업소의 바가지 요금 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업주들에게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적정 요금을 받아으라’고 권유하는 것 이외에 달리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인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