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의 요람인 태릉선수촌. 한국 스포츠의 희망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먹을 불끈 쥔 남녀 태극전사 7인의 모습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테네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한다. 왼쪽부터 역도 이배영, 하키 김성은, 유도 이원희, 레슬링 김인섭, 양궁 윤미진, 배드민턴 김동문, 양궁 장용호.박주일기자
“남자 친구요? 만날 시간이나 있나요.”
올림픽 금메달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의 갑신년 새해 풍경. 고교생 신데렐라의 이미지를 벗고 어엿한 숙녀로 성장한 양궁의 ‘얼짱 스타’ 윤미진(21·경희대)이 말실수를 했다. 하계 올림픽 2관왕 2연패를 향한 열정을 얘기하다 그만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만 것. 앳된 얼굴에 온통 붉은 꽃이 만발한 유도의 신세대 스타 이원희(23·한국마사회)는 “이건 여드름이 아니라 음주 후유증”이라고 항변하다 구설수에 올랐다. 갑자기 싸늘해진 주위 분위기.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연말에 외박 나갔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술자리를 만나 딱 한잔한 게 화근이었다”며 우물쭈물.
올해는 아테네올림픽의 해. 바쁜 훈련일정을 쪼개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인 7명의 태극전사가 모처럼 덕담과 수다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17세 고교생으로 쟁쟁한 선배 언니들을 제치고 여자 개인과 단체를 석권했던 윤미진은 이번에도 가장 유력한 2관왕 후보. 그가 2관왕 2연패에 성공하면 하계종목으로는 처음이자 동계종목인 쇼트트랙의 전이경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하나 따기도 힘든 금메달 2개에 도전하는 선수는 또 있다. 배드민턴의 김동문(삼성전기). 나경민(대교눈높이)과 짝을 이뤄 출전하는 혼합복식에서 지난해 국제대회 10연속 우승에 50연승 가도를 달렸다.
투기종목은 전통적인 금메달 밭. 시드니올림픽 ‘노 골드’에 울었던 유도엔 이원희(73kg급)가 있다. 지난해 48연승 신기록을 세운 ‘한판승의 사나이’다. 태권도는 종주국의 명예를 살려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한다. 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양정모 이후 대회마다 금맥을 이어온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간판스타인 66kg급의 김인섭과 55kg급의 임대원, 자유형 84kg급의 문의제(이상 삼성생명)를 지켜보자.
대한체육회가 아테네올림픽에서 예상하고 있는 금메달은 사상 최다인 9개 종목 13개. 목표대로라면 종합 10위권 탈환이 무난하다. 대회 개막일인 8월 13일까지는 불과 200여일 남았다. 이제 다시 땀을 흘릴 때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