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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윤병엽/중국은 전혀 다른 시장이다

입력 | 2004-01-02 18:31:00


새해맞이를 중국에서 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중국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룩했고,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베이징(北京) 관광코스 중에 톈탄(天壇)공원 근처의 훙차오(虹橋)시장이 있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이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다 보면 항상 그 말미에 ‘얼마에 사고 싶은지 먼저 말해 보라(니先說多少錢)’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은 결국 상대가 제시한 가격에 따라 계속 흥정할 수도 있고, 수지가 맞지 않으면 흥정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서로 칼자루를 잡기 위해 벌이는 싸움에서 칼날을 잡지 않으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살다 보면 이러한 흥정 방식이 재래시장에서뿐 아니라 굵직한 거래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만만디(慢慢的)’로 대표되는 중국의 상술은 이처럼 ‘당신이 먼저 가격을 말하라’는 말에서 시작된다. 결국은 아쉽고 급한 쪽이 먼저 가격을 부르게 되고, 이로써 중국측은 거래의 가부 결정권과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물건을 살 때도 팔 때도 큰소리를 치는 이 같은 중국 상술에 대해 주의 깊게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에 따라 많은 외국기업이 중국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산업은 외국의 첨단산업 유치와 방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IT산업을 중국 경제의 최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IT 강국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 중국의 시장은 국내시장과는 다른 성격, 다른 방식의 시장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2003년 상반기 인터넷 사용인구는 공식 통계로 6800만명이다. 중국 전체 인구로 따지면 소수지만, 이미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를 넘어서는 수다.

중국에서 소비자 수를 고려할 때는 절대적인 수치뿐 아니라 그 상대적인 수치도 잘 고려해야 한다. 절대적 소비자 수만 고려해 진출하면 그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될 것이고, 상대적인 소비자 수만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가치 있는 시장이 아닐 수도 있다. 어디에다 마케팅 포인트를 맞출 것인지, 신중하고 슬기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현재 아시아 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위협일 수도 있다. 중국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상대가 먼저 ‘얼마인지’ 말하게 해야 한다. 즉 칼자루를 잡기 위해선 적절한 수단과 방식에 대한 지식을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먼저 중국 전문인력의 양성과 확보, 철저한 현지화를 서둘러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병엽 중국 愛眞科電子유한공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