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나?”
2일 오전 새해 첫 출근을 한 회사원 이모씨(35)는 e메일을 확인하다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발신자로 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다 나은 2004년을 맛으시길’이라는 제목이 맞춤법이 틀려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는 e메일을 열어보고는 또 한 번 놀랐다.
e메일 내용이 ‘69웰’이라는 성인사이트를 광고하는 음란 메일이었기 때문.
대통령의 새해 인사를 가장해 포르노사이트를 선전하는 스팸메일이 새해 벽두부터 대량 발송된 것이다.
발신자와 e메일 제목만 보면 영락없는 대통령의 새해 인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날 이 스팸메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포르노사이트를 유포시킨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적용해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메일인 핫메일을 사용하고 있어 해외 서버를 이용해 e메일을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e메일 유포자를 검거해 명예훼손 의도가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 한 사람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메일에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못 박지 않는 한 법적으로 대통령을 가장해 e메일을 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