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계에 ‘임금피크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정년을 보장하되 일정 연령이 넘으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제도죠.
고용을 안정시키고 경험자들의 지혜를 살린다는 면에서 좋은 제도이지만 조금 기형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A은행 고위 관계자 B씨가 들려준 사연은 이렇습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부출자 은행은 정년이 58세이지만 56세 때 보직에서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답니다. 이후 정년 때까지 2년간은 조사역이나 관리역이라는 명함을 갖고 특별한 일은 없이 보낸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 금융 관련 정부출자기관이 지난해 7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기관이 도입한 제도는 만 55세를 넘어서면 3년간 임금을 단계적으로 깎되 58세 정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노조의 반발로 다른 기업은 엄두도 못 내던 것을 공기업이 해 냈다”며 긍정적 반응이 많았죠.
하지만 B씨는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 기관은 외환위기 이후 회사 방침으로 사실상 ‘55세 정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따라서 임금 피크제 도입으로 오히려 정년이 58세까지 연장됐다.”
반면 다른 정부출자 은행들은 노조의 반발로 임금피크제를 쉽게 도입할 수 없는 처지랍니다. 2년간 제 임금을 받으며 정년을 채울 수 있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임금이 오히려 깎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다른 방식을 택하는 은행도 나옵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연수원 교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고참 직원들을 관례보다 한 해 이른 55세에 보직에서 제외해 우수 수출입 중소기업에 보낸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금융 기법 등을 전수하며 컨설팅 업무를 하고 월급은 은행에서 받는 식이라고 합니다.
두 제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요.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사안 같습니다.
배극인 경제부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