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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방송3社 “사극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04-01-04 18:06:00

박경리 원작의 SBS 대하드라마 ‘토지’. ‘토지’는 그동안 KBS에서 두 차례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나 전체 내용이 드라마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제공 SBS


사극 붐이 2004년에도 이어질까.

지난해 MBC ‘다모’ ‘대장금’, KBS1 ‘무인시대’, SBS ‘야인시대’ 등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올해도 방송사마다 대작(大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천편일률적이던 궁중사극에서 벗어나 오픈세트를 직접 지어 민중의 생활사나 근현대사들을 고증하는 작품들이 많아 TV사극이 더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SBS는 5월 소설가 황석영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장길산’(연출 장형일)과 7월 박경리 원작의 대하드라마 ‘토지’를 방영한다. MBC는 고려말 배경의 ‘신돈’(원작 박종화 ‘다정불심’)을 10월경 방송한다. KBS1은 7월 ‘무인시대’ 후속으로 100부작 대하드라마 ‘이순신’(공동원작 김탁환 ‘불멸’, 김훈 ‘칼의 노래’)을 내보낸다. KBS2는 10월 해상왕국을 꿈꾸며 바닷길을 열었던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해신’(海神·원작 최인호)을 방영한다.

올해 대하드라마들의 특징은 세트장의 대형화. SBS ‘토지’의 경우 작품 무대인 경남 하동군 평사리에 30억원을 들여 ‘토지 마을’ 세트장을 지었다. KBS1 ‘이순신’은 전북 부안군의 오픈 세트에서 거북선을 실물 그대로 재현하고 임진왜란의 해전 장면을 웅장한 스케일로 그려낸다. KBS2 ‘해신’도 청해진 본영을 비롯해 객사, 저잣거리, 당나라 신라방, 포구 등을 재현한 전남 완도군의 오픈 세트장에서 촬영된다. 권력 암투를 그린 전통적 궁중 사극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 대신 광대들의 손에 키워졌던 의적(‘장길산’), 구한말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토지’) 등으로 대하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보다 생활밀착형 인물들로 바뀌었다.

한편 MBC는 5월 1960, 70년대 경제개발의 축이었던 재벌과 측근 전문경영인들의 관계를 그린 100부작 대하드라마 ‘영웅시대’(극본 이환경)를 방영한다. 이 드라마는 실제 기업인들을 모델로 격동의 현대사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색 대하드라마로 관심을 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