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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하승진 선배와 NBA서 뛸래요”…2m3 삼일中 김진수

입력 | 2004-01-04 18:06:00

싱겁게 키만 큰 게 아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속공과 정확한 슈팅, 그리고 블록 슛까지 못하는 게 없다. 삼일중을 2년 연속 3관왕에 올려놓고 오는 6월 미국으로 농구 유학을 떠나는 김진수. 그의 큰 키 만큼이나 NBA를 향한 큰 꿈이 무르익고 있다. 박주일기자


‘새해, 새 뜻, 새 길….’

농구 꿈나무 김진수(15·삼일중 2학년). 그가 갑신년 새해를 맞는 다짐은 남다르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의 첫 단추를 올해 드디어 꿰기 때문이다.

그는 6월 미국으로 농구 유학을 떠난다. 로스앤젤레스 윈드워드스쿨 9학년에 1년간 2만5000달러의 학비를 면제받는 장학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았다.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까지 다 갖춘 체육관이 부러웠어요. 우리는 운동하다 다치면 스프레이만 뿌려주고 마는데 학교 안에 병원까지 있어 치료도 다 해주더라고요.”

앞으로 4년간 NBA 출신 코치 3명으로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받게 될 김진수. 지난해 현지에서 몸무게와 근육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바로 이곳”이라며 자신감에 넘쳐 있다. 전문가들도 미국에서 확실한 기본기와 전술을 익히고 어학실력을 기른다면 최종목표인 NBA도 얼마든지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2일 경기 수원시 삼일공고체육관. 난방도 안 된 코트에서 시린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훈련하는 삼일중 선수 가운데 김진수를 찾는 일은 무척 쉬웠다. 동료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기 때문.

그를 올려다보면서 키가 궁금했다. “신발 벗고 2m예요.” 국내 농구에서 선수들의 키는 신발을 신고 잰다. 그럼 2m3은 족히 된다는 뜻. 이제 겨우 중학교 졸업반 나이인데….

“지난해 1월엔 1m93이었어요.” 농구공을 처음 잡았던 수원 매산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미 1m68. 이는 프로농구 TG삼보 김주성(2m5)의 중1 때 키와 같다. 성장판이 아직 열려있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클지….

“제 우상이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이거든요. 그만큼만 컸으면 좋겠어요.” NBA에서 최고 연봉을 받았던 포워드 가넷은 2m11. 한창 자라고 있으니 앞으로 가넷의 키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중학교 무대에서 김진수보다 큰 선수는 없다. 여기에 기량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지난해 삼일중을 춘계연맹전과 협회장기, 소년체전 정상으로 이끈 전국대회 2년 연속 3관왕의 주역. 정확한 슈팅 능력으로 경기당 20점대 득점은 기본이며 장신을 이용한 호쾌한 블록 슛도 장기. 지난해 12월31일 대전중과의 연습경기에선 45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대 선수’들은 대개 발이 느리기 마련. 그러나 김진수는 속공도 척척 소화해내고 목이 짧은 대신 팔이 길어 농구선수로는 타고났다는 평가. 지고는 못 배길 만큼 승부욕도 대단하다.

김진수의 약점은 파워가 떨어지는 것. 몸무게가 75kg에 불과할 만큼 마른 체격이다보니 포스트에서 몸싸움이라도 하면 밀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부터 오전 오후 6시간의 팀 훈련을 마친 뒤 야간에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홀로 2시간 가까이 운동기구와 씨름하면서 근력이 붙었다. “힘이 없어 넘어진 적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다른 선수와 부딪치면 거의 상대가 넘어져요.”

미국에 가서도 첫 목표가 덩치를 키우는 것. 대부분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는 NBA 선수들에 밀리지 않으려면 탄탄한 체격은 필수요건이다.

김진수는 지난해 여름 소중한 경험을 했다.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 트레이시 맥그래디(올랜도 매직) 등을 배출한 미국 아디다스 농구캠프에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선진 농구에 눈을 뜬 것. 여기서 그는 ‘야오밍(중국 출신의 NBA 휴스턴 로키츠 선수)’로 불리며 초청선수 80명중 20명의 올스타에 뽑혀 주목받았다.

역시 NBA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미국에서 훈련 중인 한국 농구 최장신 선수 하승진(19·2m23·삼일상고)과는 동문 선후배로 절친한 사이. “머리 좋은 승진이형은 양손을 다 쓰고 신체조건도 뛰어나 NBA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형을 따라가야죠.”

NBA 진출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포부도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한국이 중국한테 졌을 때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나중에 제가 대표선수가 되면 꼭 중국을 꺾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잠자리에 들 때도 늘 농구공을 껴안는다는 김진수. 장난기 그득한 앳된 표정의 그에게 좌우명을 물었더니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아직은 모르는 게 더 많은 나이. 그런 만큼 김진수의 성장 가능성은 끝이 없어 보인다.

삼일중 선후배로 절친한 사이인 김진수(왼쪽)와 하승진 ‘꺽다리 듀오’. 사진제공=점프볼

▼전문가들이 본 김진수▼

▽양형석 삼일중 코치=큰 키에도 순발력과 스피드가 좋고 슈팅도 정확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기 때문에 볼 센스도 잘 발달돼 있다. 파워를 기르기 위해 몸무게를 90kg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서대성 동국대 감독(국가대표 센터 출신)=지난 연말 직접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다. 올 겨울만 지나면 당장 대학 무대에서도 통할만한 신체조건과 개인기를 지녔다. 체격이 가냘프지만 볼 컨트롤이 뛰어나고 1대1로 맞붙어보니 힘을 조절하는 요령까지 알고 있었다.

▽박재헌(LG세이커스 센터·미국 아테시아고교 졸업)=그 나이에 그 정도 신장이면 미국 코치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미국에선 농구 코치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선수 특성을 잘 살려주기 때문에 좋은 코치를 만난다면 대성할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수원=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