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대작 '휴지통'
집이나 사무실에만 가구가 있는 게 아니다. 거리에도 가구가 있다. 각종 표지판과 가드레일 같은 도로시설물, 정류장 공중전화박스 벤치 쓰레기통 등의 편의시설, 가로등 우편함 변압기 등과 같은 공공시설물이 모두 거리에 존재하는 가구들인 셈이다. 이름 하여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디자인이 있는 거리’전은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스트리트 퍼니처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에서 출발한 전시다. 다양한 작가들이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선보인다. 개별 사물의 디자인보다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강조한 점이 특징.
이상진은 어린이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에서 착안한 벤치와 야외 테이블을 선 보였다. 밟으면 소리까지 나는 ‘소리 나는 블록’으로 만들었다. 인석일의 가로등은 차가운 금속 재료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거리가 주는 차가움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나누는 온기를 함께 표현했다.
화장실 벽에 작은 창을 내고 변기를 서로 엇갈리게 설치한 오창섭의 공공화장실.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상호관계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휴지통과 재떨이가 도시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아예 맨홀처럼 바닥에 투입구를 만든 전영대의 ‘거리의 휴지통과 재떨이’는 담배갑, 휴지, 종이컵 등 작은 쓰레기들을 편하게 버릴 수 있도록 만든 아이디어 작품이다. 또 단순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버스정류장을 설계한 김성곤의 ‘디지털시계가 있는 버스 정류장’도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반영한 스트리트 퍼니처다. 02-580-1537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