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새 주무부처 선정은 과연 정부가 생각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일선 과학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의문을 갖게 했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주무부처로 과학기술부에 1개 사업, 정보통신부에 4개 사업, 산업자원부에 5개 사업을 새로 배정했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정부의 시각이 미래의 경제 원동력을 개발하는 데에 미치지 못하고 눈앞의 산업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데 의존해 왔고 이는 실제로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제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로 갈 수 없다.
국민소득 2만달러대의 국가에는 원천기술과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생산대국인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에 휴대전화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퀄컴사를 보유한 미국의 차이를 살펴보면 우리가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지금은 핵심 원천기술이 바로 산업화로 이어지는 시대다. 선진국형 지식기반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의 개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핵심 원천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후발국들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급속히 재래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자체적인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하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이 점차 낮아지고 국제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부는 산업화 및 제품화에 관련된 부처를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의 주무부처로 대거 지정했다. 이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정부의 기본인식이 핵심 원천기술보다는 당장의 산업화와 제품화에 치우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산자부나 정통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을 담당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원천기술의 개발은 당장의 산업화 효과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산업 관련 부처와 원천기술개발 관련 부처의 시각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일선 과학기술자들이 모두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말 오명(吳明) 과기부 장관을 새로 임명하면서 오 장관이 정부 과학기술정책을 총체적으로 기획 조정하는 부총리급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과기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과기부가 그동안 핵심 원천기술 개발의 주무부처로서,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에 기여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핵심 산업인 정보기술(IT) 산업도 70, 80년대 과기부의 원천기술개발 사업 성과를 정통부가 이어 받아 산업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미래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산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다면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용성 한양대 교수·의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