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중국이 지난해 말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답사하려던 국내 연구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고 한다. 세계의 중심 국가로 자처해 온 13억 인구의 대국(大國)이 이처럼 옹졸한 태도로 고대사를 왜곡하려 한다면 세계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난징(南京) 대학살을 부인하는 등 현대사를 왜곡한 일본 교과서에 대해 강한 분노를 나타냈던 중국이 과거 자신들이 인정해 오던 한-중 고대사를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하려는 것은 국제적 위상에도 걸맞지 않을뿐더러 스스로 자기존재를 부인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관변학자 등을 동원해 역사 왜곡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드넓은 만주 땅이 고구려의 자랑스러운 역사였음을 보여주는 광개토대왕비가 이 일대에 존재하고 있는 한 결코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고구려인의 얼굴과 옷, 기상과 풍습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고분벽화와 고구려인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수만 기(基)의 분묘 및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해 온 과거 중국교과서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료(史料)다.
잘못된 역사는 언제나 그 스스로 복원력을 갖는다. 중국 정부가 진정으로 양국 고대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싶다면 유물과 사료를 전면 공개하고 두 나라 학자들의 치열한 학문적 토론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