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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화 기대주들 기발함 속으로…

입력 | 2004-01-05 17:44:00

장수진의 '그녀, 너, 나 혹은 우리…'



한국 신예 만화가들의 작품 수준과 개성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창작만화, 카툰, 스토리 등 3개 부문에 걸쳐 공모한 ‘제1회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의 수상 작품집 ‘77년생’(넥서스)이 최근 출간됐다.

‘77년생’에는 창작만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장수진씨의 ‘그녀, 너, 나 혹은 우리…’와 강원구씨의 ‘아픈 날의 회상’(우수상), 유현호씨의 ‘순환선’(장려상) 등이 실렸다. 카툰 부문에서 우수상을 탄 홍성일씨의 ‘누디툰’ 14점과 김흥수씨의 ‘당구매니아’(장려상) 4점도 함께 선보인다.

‘그녀, 너, 나 혹은 우리…’의 장씨는 지난해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신예. 장씨는 지난해 말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실시한 ‘창작지원 공모전’에서도 ‘아이 먹는 여자’라는 단편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홍성일의 '눈사람의 변화'

‘그녀…’는 한 면은 만화, 한 면은 산문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만화에서 산문으로 넘어가는 연출 솜씨가 뛰어나고 스토리 전개와 구성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 고우영 이현세씨 등 심사위원들의 평.

극장 매표원으로 일하며 새 인생의 도약을 꿈꾸는 수인 다인 자경 등 3명의 2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자경과 알코올중독자인 자경의 아버지가 수인과 다인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은행에서 대출 받은 뒤 도망 가버리면서 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자경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다. 작품의 포인트는 이들이 서로 이해하게 되는 애틋한 과정.

‘아픈 날의 회상’은 1997년 광주 금남로를 배경으로 시위가 잦았던 당시 시대상황을 사복진압부대(일명 백골단)의 시각에서 본 작품. 작가의 주관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장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솜씨가 눈에 띈다. 연일 계속된 시위진압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보다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못 견뎌 하는 진압 부대원의 아픔을 담았다. 상명대 만화학부 98학번인 작가 강씨는 이 작품을 위해 광주 금남로 충장로 도청주변 등 시위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당시 학생과 진압부대원을 직접 인터뷰하는 열성을 보였다.

김흥수의 '당구 매니아'

지난해 LG동아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유현호씨의 ‘순환선’은 금붕어를 매개로 여고생과 한 남자 자취생의 아련한 그리움을 수채화로 그려냈다.

‘누디툰’의 홍씨는 성인 취향의 카툰을 선보였으며 40대의 김흥수씨는 ‘당구 매니아’에서 잔잔한 내용의 카툰을 보여준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