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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노총, 직장내 성희롱 공동대응 결의

입력 | 2004-01-06 15:22:00


"한 우체국장이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신체접촉을 하면서 외롭다고 유혹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 노조차원에서 조사해 정식으로 문제를 삼으려 했지만 국장이 이미 이 여직원을 매수해 사건을 무마한 뒤였다. 정규직인 조합원을 상대로 성희롱 했다간 옷 벗어야 한다."(비정규직 사례)

"기관장이 연말에 시상하면서 여직원들에게 키스했다. 여직원이 이를 문제 삼으려 했지만 남자 동료들이 '그래봐야 너만 다친다'며 만류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잘못된 사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의 여성간부와 조합원 30여명이 지난해 12월 17일부터 2박3일 동안 서울 도봉구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직장내 성폭행 문제에 대해 워크숍을 갖고 공동대응을 결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대 노총이 모성보호, 유아교육 문제 등에 이어 직장내 성폭행 문제에 관해 공동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위크숍에서 양대 노총은 이번 4월 총선에서 모성보호 관련 사안들과 함께 직장내 성폭행 근절 방안을 총선 후보들에게 촉구하는 등 여성계 이슈로 쟁점화하기로 해 주목된다.

양대 노총은 6일 당시 워크숍 토론 내용과 결과 보고서를 각각의 홈페이지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 고용안정센터에서 남성 공무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억지로 술시중을 들게 했지만 노조 창립 이전에 벌어졌고 여직원들도 과거를 숨겨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 다양한 직장내 성폭행 사례가 공개됐다.

양대 노총은 직장 내 성폭행 방지를 위해 △노조의 남녀 공동교육 실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단체협약에 성희롱 금지조항 삽입 △가해자로부터 피해자 격리 등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부장은 "비정규직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재계약 문제 등 신분 불안정 문제로 적절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면서 "직장을 방문한 협력업체 관계자나 고객 등 제3자에 의한 성폭행에 대한 처벌조항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부가 2002년 여성근로자가 다수 종사하는 병원과 유통업체 중 성차별 및 직장내 성폭행 발생이 우려되는 사업장 1066곳을 점검한 결과, 위반사업장이 671곳으로 62%나 돼 2001년도 48%(672곳 점검, 324곳 적발)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