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제작 ‘살인의 추억’과 ‘바람난 가족’에서 각기 주연을 맡아 최고의 한해를 보낸 송강호(왼쪽)와 문소리. 이들은 4월 개봉하는 ‘효자동 이발사’에서 ‘살인의 추억’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꿈꾼다. 사진제공 명필름
《배우 송강호(37)와 문소리(30).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두 배우의 2004년은 쉼표 없이 영화 ‘효자동 이발소’ 촬영으로 시작됐다. 레디 액션! 1월1일에도 카메라는 멈추지 않았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야외세트장. ‘서울 종로구 효자동 三十一 성한모’라는 문패가 보인다. 구식 가옥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쪽에는 이발소, 그 옆에는 단촐한 살림집. 이 곳에는 ‘살인의 추억’에서 동네 목욕탕을 돌며 체모(體毛)를 뽑던 우직한 집념의 박두만 형사나, 유일한 희망인 아들을 잃고 어린 고교생과 섹스를 하며 눈물 흘리던 ‘바람난 가족’의 호정이는 없었다. 두 사람은 이발사 성한모(송강호)와 그의 아내이자 억척스러운 면도사 민자(문소리)였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이들과 촬영현장에서 대담을 나눴다.》
▽송강호=새해에는 아무래도 ‘효자동 이발사’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하하하. 캐스팅은 내가 먼저 됐고 다음에 소리씨가 됐죠. 소리씨가 맡은 민자 역의 비중이 외형적으로 작아 부부로 맺어질 줄은 몰랐어요.
▽문소리=실제로 조연이죠. ‘오아시스’나 ‘바람난 가족’에서는 내가 사건을 일으켰죠. 이번 작품에서는 강호 오빠가 ‘키’를 쥐고 있는데 이런 작품에서는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있어요. 저는 출연작이 세 작품 밖에 없잖아요. 설경구(‘오아시스’) 송강호 같은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게 대단한 행운이죠. 우리 영화 개봉이 4월이에요. 지난해에는 ‘살인의 추억’이 개봉돼 ‘대박’이 터졌는데 ‘4월의 영광’이 재현될 조짐이죠.
‘효자동…’은 1960, 70년대를 배경으로 대통령의 이발사였던 한 소시민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진솔한 삶을 그린 휴먼 드라마. 작품에서는 첫 만남이지만 두 배우는 공통점이 많다.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이자 혈액형도 모두 A형이다. 지난해에는 영화제 수상 상금의 일부를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에 기금으로 내기도 했다.
▽송=혈액형은 어떻게 알았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건가?
▽문=강호 오빠, 제가 머리카락을 거기 넘겼죠(웃음). 배우들은 A형이 많은 것 같아요.
▽송=연기할 때 예민하지 않은 배우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는 특히 예민한 편이예요. 제가 출연한 술 광고 CF에서처럼 호탕한 성격은 아니죠.
▽문=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용감한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아요. 고교 때는 학교와 집 말고 다른 생활이 없었어요. 그때 우연히 친구랑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 연극 ‘에쿠우스’를 봤는데 그 강렬한 기억이 연기자 문소리를 만들었죠.
‘바람난 가족’ 얘기를 하다 송강호가 언제쯤 멜로 영화를 찍느냐는 것이 화제에 올랐다.
▽송=전 멜로라는 장르 자체에 아직 흥미가 없어요. 어떤 의미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도 멜로라고 생각합니다. 남녀의 사랑 뿐 아니라 인생이 보이면 정말 진한, 진정한 멜로죠. 5년 뒤 40대 초반. 인생을 좀더 알면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그런 ‘척’하는 연기를 했지만.
▽문=어? 어! 그런 척하는 연기요. 참! 할 말이 없네요.
▽송=올해의 궁금한 점? 팬들이 지난해처럼 감동받고 자극받는 놀라운 한국영화를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개인적으론 이창동 감독님이 장관 그만두고 언제 영화를 하실지 궁금해요. 올해에는 관두시지 않을까(웃음).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