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숫자처럼 들리겠지만 목표는 1000만명”이라고 밝힌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그는 “그래야 후배들도 새로운 목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영한기자
예상 밖의 결과다.
영화 ‘실미도’의 흥행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12월24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12일만인 1월4일 전국 관객 361만5000명을 기록했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세계적 히트상품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476만 명)을 넘보고 있다. 역대 한국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플레너스(주)시네마서비스의 막강한 배급력과 ‘반지의 제왕…’ 외에 별 경쟁작이 없다는 시장상황을 고려해도 엄청난 성공이다. 3일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평론 쪽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다큐멘터리적이다, 상업영화치고는 무겁고 흥행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감독과 평론가들이 소위 드라마를 비트는 등 ‘영화적’이란 것에 너무 세뇌돼 그런 거다. 왜 솔직하고 쉽게 가면 무식한 ‘놈’으로 보나. 내가 신인감독인가. 흥행을 처음 해본 것도 아니고. ‘공공의 적’에서 퇴보했다는 식의 평론을 보고는 아예 ‘글 쓰는 사람 쪽은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관객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관객과의 직접 승부인가?
“그렇다. 쉽게 표현하고 직접 화법을 썼지만 이 작품은 나로서는 머리를 가장 많이 굴려 찍은 영화다. 머리에 쥐가 났다. 설경구가 간단한 신 하나 찍으면서 뭘 그리 콘티를 보고 또 보냐고 하더라.”
-‘실미도’의 흥행 포인트는 뭐라고 자평하나?
“‘인간시대’ ‘인생극장’ 같은 다큐를 보는 느낌이 필요했다. 관객들이 영화가 아니라, 실미도 사건현장을 지켜보는 목격자가 되어야 했다. ‘이런 일이 있어야만 했나’라는 생각을 해주면 되는 거였다. 여기서 성공했다.”
-남성 영화인데 여성층 반응도 만만치 않다.
“강인찬(설경구)의 엄마 사진을 통해 아들이 보는 엄마를 그리고 싶었다. 이것도 멜로다. 이 장면 찍는 데 현장의 여성 스태프가 울더라. 그래서 난 ‘절대 여자(관객) 포기 못한다’고 노래 불렀다.”
-2월 강제규 감독의 대작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된다.
“개봉 날짜를 정하면서 강 감독 때문에 내 영화를 앞당겨 개봉하겠다고 전화했다. 강 감독이 ‘반지의 제왕’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하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흥행시킬 테니 뒤에서 못 받아먹으면 알아서 하라고 했다. 둘 다 1000만 명 하자고 했다. 난 1000만1명, 강 감독은 1000만 명. 내가 형이니까 1명은 더 해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흥행의 귀재’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도대체 흥행은 뭔가?
“1차적인 것은 우리 정서다. 난 감독 이전에 평범한 관객임을 자부한다.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쉬운 얘기를 쉽게, 어려운 얘기를 쉽게.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면 ‘대박’이고, 쉬운 걸 어렵게 풀면 ‘꽝’이다. 쉬운 얘기를 어렵게 풀고 잘 찍으면 그게 아트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그런데, 절대 대박은 터지지 않는다. (웃음)”
-‘실미도’에서 손해 보면 물어주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이다. 회사가 너무 부담스러워하니까. 그래서 내 주식 남은 거 있으니 물어주겠다고 했다. 어차피 주식은 나이 먹어 영화 안 할 때 필요한 거다. 지금 돈은 영화 위해 필요한 ‘총알’일 뿐이다.”
-일본시장 배급은?
“개봉은 300개 스크린 이상, 마케팅비는 얼마, 이걸 못 지키면 벌금을 낸다는 식으로 협상하고 있다. 이래야 일본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실미도‘가 ‘반지의 제왕’ 스코어를 따라잡으면 정말 사건이다. 우선 684만 명(실미도 부대의 명칭이 ‘684부대’임)이 들었을 때 축하파티를 한번 할 계획이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