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는 투자격언이 없다. 감(感)과 귀동냥에 전 재산을 거는 경우가 많다. 가치투자, 기술적 분석 등 갖가지 투자론이 넘쳐 나는 주식시장과 사뭇 다르다. 본란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10년 이상의 부동산 투자 경력을 가진 고수들의 지혜를 격언 형식으로 소개한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합리화, 과학화를 이끌려는 작은 노력이다.》
“건설교통부는 ‘꼭 이렇게 해야 하나…’ 하고 재정경제부는 ‘이만하면 됐는데…’ 하는데 청와대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집값 잡기를 둘러싼 정부 내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대한 현장 고수들의 진단이다.
누구 뜻대로 될까? 단연 청와대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다. 나아가 올해가 대통령 임기 2년차인 걸 감안하면 ‘부동산으로 큰돈 벌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충고다.
과거에도 으레 그랬다고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들은 △1년차 땐 ‘국정 파악’에 힘이 부친 나머지 별 일 없이 넘어가고 △2년차엔 집값 다스리기로 민심을 수습한 뒤 △3년차에 ‘한번 해 보자’는 식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만 △4년차가 되면 레임 덕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5년차엔 청와대 비울 준비를 하느라 손을 놓는 양태를 보여 왔다는 게 ‘꾼’들의 관찰이다.
예컨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2년차인 1988년에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부동산 투기억제책이 줄줄이 발표됐다. 취임하던 해인 87년 한 해 동안 땅값이 14.7% 오르고 새로 개통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투기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돼 가던 상황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93년에도 부동산시장에 찬 바람이 불었다. 수도권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집값이 안정돼 가고 있었는데도 택지소유상한제 등 부동산공개념 제도가 전격 도입됐다.
‘국민의 정부’ 2년차인 98년에는 외환위기가 대통령의 집값 묶기 수고를 덜어줬다.
올해는 좀 달라질까? ‘투기 광풍’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노무현 대통령은 ‘10·29대책’으로 겨우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총선 전 집값 반등은 어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는 강경 노선이 누그러질 수도 있다’는 게 고수들의 조심스러운 관측. 특히 민생을 좌우하는 내수 경기가 수출 경기와 겉도는 지금의 양상이 이어진다면 ‘부동산 민심’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도움말: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