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동물을 지칭하는 ‘띠’는 고대부터 동양문화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고대인들은 지구 자전에 따라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눠 자시(子時·오후 11시∼오전 1시)에서 해시(亥時·오후 9시∼11시)까지 열두 동물을 배치했다. 지구가 공전할 때 매달 변하는 기후를 구분지어 역시 열두 동물을 대입했으며 해의 기운 역시 열두 동물의 성질로 분류했다.
기후는 인간의 건강에 그대로 적용된다. 해마다 띠가 암시하는 천지기운의 영향 아래 생로병사의 육체적 변화가 연속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북쪽으로 향하면 하루 중 밤이 되고 1년 중 겨울이 되니 돼지띠(亥), 쥐띠(子), 소띠(丑)는 추위 어둠 검은색 지혜를 의미한다. 인체에서는 신장 방광에 해당한다.
지구가 동쪽으로 향하면 아침과 봄이 되니 범띠(寅), 토끼띠(卯), 용띠(辰)는 태어남과 따뜻함, 녹색과 착함을 뜻하며 인체의 간과 쓸개에 해당한다.
남쪽으로 향하면 낮과 여름이 되니 뱀띠(巳)와 말띠(午), 양띠(未)는 더위와 왕성하게 자라남, 붉은 색과 예의를 뜻하며 인체의 심장과 소장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서쪽으로 향하면 저녁과 가을이다. 잔나비띠(申), 닭띠(酉), 개띠(戌)는 서늘하고 건조함과 늙음, 흰색과 의리를 의미하고 인체의 폐 대장에 해당한다.
또 이와는 별도로 소띠는 매우 냉하고 용띠는 습하고 양띠는 뜨겁고 개띠는 건조한 비장과 위장, 노란색에 해당된다.
새해에는 쥐띠를 시작으로 띠의 속성과 본성을 통해 건강을 두루 살펴보자.
조선시대 나이 많은 선비의 성(姓) 뒤에 ‘생원(生員)’이란 말을 붙여 대접했는데 쥐도 사람 대하듯 ‘서(鼠)생원’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 ‘아들 자(子)’자를 쓴 자년(子年)을 쥐띠 해라 한다. ‘자’는 자식으로서 온갖 생명의 씨알을 뜻하는데 왜 쥐일까.
암컷과 수컷이 결합해 자식의 씨알이 모태에 잉태되는 것처럼 한 해의 기운은 자월(子月·동짓달) 동짓날에 시작된다. 이날 다음 해의 기운이 싹트고 점점 자라나서 입춘에 그해의 기운이 터져 나오는데 이때 온갖 생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자’는 모든 생명의 씨앗이 잉태됨을 의미한다.
천지만물은 지극한 사랑의 창조 본성에 따라 음양이 결합해 탄생했기에 인간의 본질은 사랑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적 쾌락에 빠져들기를 좋아한다. 모든 생명의 집합체인 인간의 몸에 흐르는 동물적 애욕의 속성은 밤에 활동하며 수시로 색(色)을 즐기고 부지런히 새끼를 낳는 쥐에 비유된다. 그래서 ‘자’를 쥐라 한 것이다.
쥐띠는 색을 밝히고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체질로 분류된다. 불교의 관세음보살이 사람의 몸에 쥐머리 형상을 하고 자시에 중생을 두루 살펴본다는 것도 밤에 색을 즐기는 인간의 동물적 쾌락을 경계하는 것이다.
성기능은 신장의 영향을 받는데 ‘자’가 바로 신장에 해당된다. 또 어두움, 추위, 밤, 겨울, 검은색 등을 나타내며 흐르는 물처럼 명석한 지혜를 뜻한다.
쥐띠 해 가을이나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신장이 대단히 크고 실해 뛰어난 정력가이면서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 몸이 차고 심장이 허약하며, 몸은 날씬하지만 머리가 빨리 희어지고 당뇨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다. 만약 태어난 시간이 밤이면 이런 체질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쥐띠 해라고 해도 태어난 달이 여름이고 낮에 태어났다면 신장이 작고 허약하며 몸에 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비만이 되거나 쉽게 피로하고, 손발이 저리거나 다리가 붓기도 하며 정력도 약하다.
사람의 몸은 물질이다. 찬 물질을 더운 곳에 오래 두면 더워지고 더운 물질을 찬 곳에 오래 두면 차가워지듯, 사람의 체질은 태어날 때 천지자연에 유행하는 기운의 성질(차고 덥고 습하고 건조함)에 따라 정해진다.
정경대 국제의명연구원 원장/세명대 한의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