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구려 고분군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에 대해 중국 학자가 “비문화적인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한 책이 중국에서 출간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책은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입수해 8일 공개한 ‘동북변강연구시리즈’의 일부인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사진). 이 책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 중인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인 ‘변강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이 지난해 10월 펴낸 것으로 1998년 출간한 ‘고대중국고구려역사’의 속편이다.
마다정(馬大正)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은 이 책의 서문에서 “남북한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중국에 복속돼 있었지만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으며 민족의식이 깊어졌다. 분단 이후에는 단일민족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 ‘대고려 민족주의’를 주창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의 고구려 연구에 대해 마 위원장은 “1960년대의 연구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도 순수한 문화적 의도가 아니라 정치 외교적 이익을 계산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83년 육군본부에서 발행한 정신교육서에 ‘잃어버린 만주를 회복하는 것이 민족의 과제’라는 등 국수주의적 발언이 가득하다”며 70년대 재야사학자들의 고대사 왜곡 파동과 군사정권 시기의 대북 팽창주의적 역사관을 비학술적 연구행위로 예시했다.
서 회장은 “중국이 북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중국 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중국 정부의 의도도 순수한 문화재 보존 차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꾸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