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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태권도 외교 새틀 짤 때다…김운용 태권도연맹총재 사퇴

입력 | 2004-01-09 17:55:00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9일 국회의원직과 함께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와 국기원장직에서 자진사퇴함에 따라 태권도 관련 스포츠 외교활동이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국기(國技)인 태권도는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 부위원장의 오늘이 있게 한 텃밭. 60년대까지만 해도 각 계파가 난립했지만 대통령경호실 보좌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김 부위원장이 40세의 젊은 나이였던 71년 대한태권도협회를 설립해 통합에 성공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72년에는 승단심사 공인기관인 국기원장에 취임했고 73년에는 WTF를 창설해 총재를 맡으면서 태권도 세계화의 초석을 놓았다. WTF는 북한 최홍희가 이끌던 국제태권도연맹(ITF)에 맞서는 단체로 태권도의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179개의 회원국을 거느리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 WTF가 주도한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부터 남녀 각 4개씩 금메달 8개가 걸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자신의 외교적 성과와는 달리 1인 독주에 치중한 나머지 후계자 양성은 외면했다. WTF에는 한국인을 포함해 5명의 부총재가 있지만 누구도 앞으로 김 부위원장이 행사해 온 영향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태권도는 올해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퇴출 압력을 받고 있는 터라 정식종목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우슈를, 일본은 기존의 유도와 함께 가라테를 정식종목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태권도 퇴출 로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북한의 장웅 ITF총재 겸 IOC위원과 함께 추진해 온 아테네올림픽 남북 태권도 합동훈련과 단일팀 구성도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WTF와 국기원측은 이날 김 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 반면 김 부위원장의 반대파들은 당장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동안 특정인에 의해 좌우돼 온 태권도를 새로 정비할 기회를 맞았다며 반기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